수운 선생께서는 ‘外有接靈之氣 內有降話之敎’ 즉, 밖으로는 성령의 기를 접하고, 안으로는 말씀이 내려서 가르치는 체험을 하였다.
사람이 하고자 해서 되는 게 아니라, 하늘의 성령과 가르침이 있어야 한다는 걸 체험으로 알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모든 지식이나 가르침을 배척하는 게 아니라, 천도에 입각한 것을 학문으로 정립해야 한다는 통감한 나머지 ‘論學文’이라는 제목을 붙이기까지 하였다.
정도는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지식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말을 하면서도 진정한 학문을 세워야 한다는 건 모른 채 그런 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수운 선생의 이런 체험을 동학에서는 후일 ‘外有氣化 內有神靈’이라는 말로 요약하고 있다는 것도 정도는 나중에 알게 된다.
운곡법사는 좌중을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수운 선생께선 지극한 정성으로 한울을 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면서 자신의 가르침을 21자 주문으로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매일 아침 주송을 하는 ‘祈禱呪‘야.
기도주에 대한 수운선생의 해설을 음미해보면 그 맛을 알 수 있을 거야.
’至爲天主之字故以呪言之’ 지극히 천주님을 위하는 글자를 주언(呪言 혹은 呪文)이라고 한다는 것도 가볍게 볼 게 아니지.
일반적으로 주문이라고 하면 무당들이 이름 모를 귀신에게 비는 주술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수운선생은 ‘한울님을 지극히 위하는 글’이라고 명쾌하게 정의를 내렸지.
그리고 그런 주문의 실체를 기도주를 통해서 잘 드러냈거든.
기도주는 21자로 되어 있는데, 처음에 하늘로부터 받은 것은 ‘至氣今至願爲大降’ 여덟 자였고, 다음에 ‘侍天主造化定永世不忘萬事知’ 열 석자였지.
그 의미에 대해서 수운선생이 해설하신 부분을 같이 음미해볼까? 우선 여덟 자로 된 강령주를 살펴볼까?”
운곡법사는 칠판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曰至者極焉之爲至 氣者虛靈蒼蒼 無事不涉 無事不命 然而如形而難狀 如聞而難見 是亦渾元之一氣也 今至者 於斯入道 知其氣接者也 願爲者 請祝之意也 大降者 氣化之願也>
“이 글을 보면 ‘至‘는 지극한 것이라고 했으니, 지극한 정성과 공경, 믿음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지.
정성은 天을 향한 것이요, 공경은 地를 향한 것이며, 믿음은 人을 향한 것이라는 것도 새겨두어야 하네.
이를 줄여서 誠敬信이라고 하지.
’氣‘는 푸른 창천에 무형의 영이 되어 간섭하지 못하는 것이 없고, 명령을 내리지 못하는 일이 없지만, 그 용모를 알기가 매우 어려워서 듣고 보기도 어려운데, 그것은 태초의 어지러운 一氣라고 부른다고 하였군.
그러기 때문에 수운선생께서 득도할 적에도 신선의 소리가 들리고 오싹한 기운이 들었으나 그 형상을 볼 수 없었지.
이런 기를 감지하면 소위 말하는 초능력 같은 것들이 나오게 마련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