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선천의 수련이나 수도를 통해서는 실제로 신선과 같은 경지에 도달하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었지.
그래서 개벽주께서는 임종을 앞 둔 시점에 노자를 초혼(招魂)하여 ‘그대가 이단 80권을 지었다 하나 나는 본 일이 없으니 다른 세상으로 가라’고 했던 걸세.
‘너희가 말로만 듣던 신선을 보리라’고 하신 말씀은 선천에서 행했던 수련법으로 된다고 한 게 아니란 걸 명심해야지.
수운선생이나 개벽주께서 말씀하신 守心과 守道의 방편은 바로 주문과 영부라는 걸 알아야 하네.”
정도는 비로소 선천과 후천의 차이가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았다.
그가 평소에 품고 있던 많은 의문들이 눈처럼 녹아내렸다.
그의 눈은 초롱초롱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그것은 비단 단전호흡을 가르친 선도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닐세.
지금 맹위를 떨치는 기독교도 역시 마찬가지야.
예를 들면 그들은 예수의 몸이 무덤에서 부활하였으며, 그걸 믿으면 언젠가 세상의 무덤이 열리고 죽은 자들이 부활할 것처럼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과연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유교에서 죽은 사람에게 제사를 지내고, 불교에서는 영가천도를 행하고 있는데 어느 것 하나 그 실상이 명쾌하게 밝혀진 게 있나?
제사를 지내는 것이나 영가천도를 행하는 것은 모두 좀 속된 말로 하자면 귀신에게 행하는 게 아닌가?
물론 조상을 부정하는 것보다는 제사를 지내고 영가천도를 하는 게 미풍양속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자네는 미신(迷信)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걸세.
미신은 확실하지 못한 걸 마치 확실한 것처럼 어지럽게 속이는 걸 가리키는 건데, 그런 면에서 선천의 종교나 수련은 전부 미신에 속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네.
그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인데, 열매가 없었으니 미신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지.
우리는 그간 이처럼 기가 막힌 세상에서 살았던 걸세.
기가 무소불통(無所不通)하게 되면 그간 무형이기에 볼 수 없었던 모든 신과 귀신들의 정체를 누구나 알 수 있게 된다네.
그러면 저절로 미신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이 진정한 견성(見性)을 하게 되어 신선으로 화하게 되는 법일세.
그 유력한 방편이 바로 현무경이며, 영부요 주문이라는 걸 누차 강조했던 걸세.
선천과 후천의 수련법의 차이에 대해서 하나만 더 언급하고 넘어가야겠군.
선천의 종교나 수련에서는 죽어서 천당을 가고, 극락에 들어간다고 가르치고 믿었기에 사람들은 개인적인 믿음에 치중하지 않을 수 없었지.
국가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천당에 가고 극락에 들어가는 건 개인적인 믿음이나 수련으로 이루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지.
온양을 하고 양신을 하며, 출신을 하는 것도 개인의 몸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개인적인 수련이나 믿음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던 걸세.
하지만 동학은 다르네.
수운선생의 포덕문을 보면 ‘輔國安民 計將安出’이라고 한 게 있다네.
즉 수운선생은 수련이나 공부의 목적을 ‘보국안민’에 두었다는 말이지. 개인의 수련도 중요하고 믿음도 중요하지만 개인과 국가는 같이 돌아가는 것이기에 ‘나라를 돕고 국민을 편안하게 한다’는 것을 포덕의 기준으로 삼았던 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