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南辰圓滿北河回 大道如天脫劫灰 : 남쪽 별이 둥글게 차고 북쪽 하수가 돌아오면 대도가 한울같이 겁회를 벗으리라.
정도는 다른 사람들이 이걸 어떻게 풀이해 놓았는지 궁금하여 여러 가지 해설들을 찾아 보았는데, 문자 그대로 남방의 별이 원만하고, 북방의 하수가 돌아오면 대도가 한울처럼 겁회를 벗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천도교에서도 실력이 있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분에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물은 적이 있었다.
그분은 ‘개벽을 가리킨다’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어떻게 개벽이 되는 건지 알고서 하는 말이었을까?
그 후에 다시 ‘南辰’이 무엇을 가리킨 것이냐고 물었더니, ‘남방의 별자리’라고 하면서 ‘北河’는 북방의 은하수를 가리킨다고 하였다.
정도는 속으로 ‘은하수가 왜 북방에만 있는가?
남방에 있으면 南河라 하고, 동방에 있으면 東河라고 해야 하는데, 그게 도대체 무슨 듯을 품고 있다는 말인가?’라고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늘의 별들이 남북을 축으로 돌고 돌아 세월이 가면 언젠가 세상은 지상선경이 되어 대도여천탈겁회가 된다는 식으로 해설한다는 건, 마치 기독교에서 하나님만 잘 믿고 있으면 언젠가 죄를 벗고 천국으로 들어간다는 말과 무엇이 다를까?
그렇게 밋밋한 걸 후천을 개벽하는 동학이라고 수운선생께서는 굳이 기록으로 남기려고 한 것일까?
그거야말로 문자에만 얽매인 당달봉사들이나 몽학선생들이 하는 소리가 아닌가?
南辰은 낙서의 3양이 자리 한 辰巳之間을 가리킨다.
정확하게 말하면 물질문명의 진태세(辰太歲)가 나온 곳이다.
이와 상대적인 것이 북하(北河)인데, 3음이 자리 한 술해지간(戌亥之間)이다.
차가운 3음의 기운이 모인 곳이니 바다라고 한 것이다.
복희도에서는 이곳을 가리켜 7간산이 있다고 하였으며, 증산께서는 이곳을 '七山 앞 바다'라고 하여 천지공사를 보았다.
이곳은 물질문명의 술일진(戌日辰)이 나왔다.
北河라고 하는 이유는 3음이 모인 곳이 바다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는데, 바다는 북방에만 있는 게 아니라 남해, 동해, 서해에도 있다.
그런데도 유독 북하라고 하는 이유는 북방은 술해지간으로 상징되는 3음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남진이 원만하게 되는 것은, 3음을 만나게 되는 걸 가리키고, 북하가 도는 것도 역시 3양을 만나야 된다는 걸 가리킨다.
음은 양을 만나고, 양은 음을 만나야 원만하게 돌아간다는 의미다.
그래서 진사지간으로 戌亥가 들어가 일월이 원만하게 빛을 내고, 술해지간으로 진사가 들어가 얼었던 북빙양을 녹이니 北河回라고 한 것이다.
지금 지구의 북빙양이 녹아내릴 걸 이미 수운선생은 알고 계셨던 셈이다.
그래야 비로소 대도가 한울처럼 겁회를 벗는다.
겁회는 불교적인 용어인데, 사전에서 찾아보면 ‘세상이 파멸할 때 일어난다고 하는 큰불의 재’라고 했다.
낙서의 9리화를 벗지 못하면 그대로 타서 재만 남지만, 후천에 용담수류 사해원이 되면 거기서 벗어난다.
이런 것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지옥불과 같은 맥락으로 보아도 된다.
지옥불에서 살아 남는 길은 3음과 3양이 서로 조화를 부리는 것이다.
지옥불은 낙서의 중심 5토가 9리화의 극렬한 불기운으로 화탕지옥이 된 걸 가리킨다.
그것이 용담의 중심으로 1, 6수가 들어갈 적에 비로소 온 세상은 수화가 조화를 이룬 극락정토로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