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전에 한 번 올린 기억이 있으나, 다시 한 번 정리하여 올립니다.
1. ‘글’의 어원(語源)
한자는 한글과 더불어 사물의 이치를 밝히는 데에 가장 적합한 도구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모든 면에 걸쳐 괄목(刮目)할만 한 성장을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을 찬양한다. 겨우 대륙의 한 귀퉁이에 붙어 있는 조그만 반도에 지나지 않는 우리가 그와 같은 비약(飛躍)을 하게 된 저력(底力)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우리의 문자와 언어를 맨 윗자리에 놓고 싶다.
예부터 고급 문자와 언어를 지닌 국가일수록 찬란한 문화를 전통으로 남겼다. 고급 문자와 언어는 곧 고급문화를 누리게 하기 때문이다. 문자와 언어는 본래 ‘마음’이나 ‘생각’을 표현하고 전달하기 위한 수단(手段)과 방편(方便)으로 나온 도구(道具)다. 마음이나 생각은 곧 모든 사물(事物)과 사무(事務)로 직결된다. 바른 생각이나 바른 마음은 바른 언행과 바른 사회를 만들고, 그릇 된 생각이나 마음은 그릇 된 언행과 그릇 된 사회를 만든다. 불교의 교리를 인용할 것도 없이 ‘모든 것은 한 생각에서 나왔다.’
이토록 생각이나 마음이 중요하다면, 그것을 전달하는 매체(媒體)인 문자나 언어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는 미개인(未開人) 보다는 문화인(文化人)을 동경(憧憬)한다. 미개인은 문자 그대로 ‘닫힌 사람, 아직 열리지 않은 사람’을 가리킨다. 도대체 무엇이 열리지 않았다는 말일까? 그 답은 문화인에서 찾으면 된다. 문화인은 ‘글이 생활화 된 사람’이다. 따라서 미개인은 ‘아직 글이 열리지 않은 사람’이다.
글을 깨친 사람은 어떻게 해서 문화인이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어떻게 해서 미개인이 될까? 그 답은 ‘글’이란 말의 어원을 이해하면 보일 것이다. ‘글’은 ‘契’에서 나왔다. ‘契’은 네 가지의 발음(發音)이 있다.
契 |
1 |
맺을 계 - 계약(契約), 계기(契機), 계맹(契盟) |
2 |
애쓸 결 - 결활(契闊 : 멀리 떨어져 소원하게 됨) | |
3 |
종족 이름 글 - 글단(契丹 혹은 거란이라고도 함, 요나라를 건국) | |
4 |
설 - 사람 이름으로 쓸 적에는 ‘설’이라고 읽음 |
‘글’은 위에서 보는 것처럼 ‘종족 이름’을 가리킨다고 하였지만, ‘맺는다, 묶는다’는 의미도 있다. 오래 전에 글이 없을 적에 사람들은 나뭇가지를 서로 묶어서 ‘한 개, 두 개’ 하는 식으로 셈을 삼았다. 이렇게 묶거나 맺는 걸 ‘글’이라고 한 것이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전해오게 되었다. 즉, ‘글’에는 ‘서로 간의 맺음, 약속, 계약’ 등의 의미가 내포 되었다. 사실, 글은 사람들의 마음이나 생각을 서로 연결하기 위한 일종의 약속된 도구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있어도 공통적으로 맺은 약속이 있기에 질서나 기준이 서게 된다. 그러므로 글이 있다 함은 곧 ‘질서와 기준’을 세운다는 뜻이며, 이는 곧 ‘기강(紀綱)’을 의미한다. 만약 기강이 없다면 세상은 온통 난장판이 되고 말 것이다. 힘 센 사람이 약한 사람을 겁박해도 그만이고, 불법이 성행해도 그만이다. 그것은 짐승이 사는 세상이지, 사람이 사는 세상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미개인이라고 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