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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훈가 8

영부, 精山 2010. 9. 29. 06:37

수운선생께서 경신년 음 4월 5일에 득도를 하셨으나 바로 포덕을 하지 않고, 다음 해 신유년 음 6월 2일부터 포덕을 하게 된다.

그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하였다는 걸 알 수 있다.

한울님으로부터 <정심수도(正心修道)를 하고, 시킨대로만 시행(施行)해서 차차차차 가르치면 무궁조화(無窮造化) 다 던지고 포덕천하(布德天下) 할 것이니 순서를 따라 도법을 시행하고(次第道法), 법(法)을 정(定)하고 글을 지어 입도(入道)한 세상사람 그날부터 군자(君子)되어 무위이화(無爲而化) 될 것이니 지상신선(地上神仙) 네 아니냐>는 말씀을 들은 후, 마침내 확신을 갖고 부인에게 자신이 득도했음을 알린다.

 

心獨喜自負는 이런 정황을 기록한 것이다.

이에 두 부부는 서로 그간의 고생을 얘기하고, 때로는 취한 듯이, 때로는 미친 듯이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고생했던 모든 것을 한바탕 웃음으로 넘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으니, 하필이면 왜 경신년 신사월(음 4월)에 득도를 했을까?

동학의 출현은 후천 5만년의 출발을 알리는 것이라면 반드시 시공(時空)의 법칙에 따랐을 터이다.

60갑자에서 己未는 55번째에 해당한다.

55를 대정수라고 하는 것과 어떤 상관이 있지 않을까?

여하튼 기미는 천간이나 지지가 모두 중심을 가리킨다.

간지가 모두 중심을 가리키는 것으로는 무진, 무술, 기미, 기축 네 가지가 있다.

무진은 동남방의 중심이요, 무술은 서북방의 중심이며, 기축은 동북방의 중심이요, 기미는 서남방의 중심이다.

동방의 시작은 丑이요, 서방의 시작은 未이며, 남방의 시작은 辰이요, 북방의 시작은 戌이다.

 그러므로 기미는 서방의 시작을 가리킨다.

서방의 시작은 곧 가을의 시작이며, 그것은 후천 5만년의 출발을 알린다.

己중앙으로 들어가서 서방의 문을 여는 것은 庚이다.

지지도 역시 마찬가지로 未중앙으로 들어가서 가을의 문을 여는 건 申이다.

그러므로 庚申년에 득도를 한 것이며, 경신년은 陽年이므로 형상을 드러낼 수는 없으므로 다음 陰年인 辛酉년에 포덕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모르고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 위하여’, 혹은 ‘겸손하기 때문에’ 포덕을 1년 이상이나 늦추었다고 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그러나 수운선생은 누구보다도 天時를 중시했기에 그랬던 것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