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거룩한 내 집 부녀(婦女) 이글 보고 안심(安心)하소
소위 서학(所謂西學) 하는 사람 암만 봐도 명인(名人)없데
서학이라 이름 하고 내 몸 발천(發闡) 하렸던가
초야(草野)에 묻힌 사람 나도 또한 원(願)이로다
한울님께 받은 재주 만병회춘(萬病回春) 되지마는
이내 몸 발천(發闡)되면 한울님이 주실런가
주시기만 줄작시면 편작(扁鵲)이 다시 와도
이 내 선약(仙藥) 당(當)할소냐 만세명인(萬世名人) 나뿐이다
* 발천(發闡) : 세상에 널리 드러냄
* 만병회춘(萬病回春) : 온갖 병을 극복하여 다시 젊게 됨
* 편작(扁鵲) : 〈사기 史記〉에 전기가 실려 있는 중국 주대(周代)의 명의(名醫).
성은 진(秦). 이름은 월인(越人). 발해군(渤海郡:지금의 허베이 성[河北省]) 사람이다. 제자와 함께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진료했으며, 편작이라는 이름은 조(趙)나라에 갔을 때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는 광범위한 종류의 병을 침·약초 등으로 치료했으며, 맥박에 의한 진단에 탁월했다고 한다.
이 글을 보는 우리 동학인들아, 이글 보고 안심하라.
사람들이 나를 서학으로 몰아 죽이려고 하나, 서학에서는 명인이 나올 수 없는 걸 알아야 한다.
서학은 사람을 낫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죽음으로 몰고 간다는 걸 왜 모르는가?
물론 이때의 병은 육신의 질병은 물론 영적인 면까지 포함한 것이다.
너희 세상사람들이 나를 서학으로 몰고 있으니, 차리리 내가 서학을 믿는다고 세상에 널리 드러낼까?
그러나 나는 초야에 묻히기를 원하노라.
한울님께 받은 것만으로도 만병회춘이 되는데, 굳이 내 한 몸을 세상에 널리 드러나게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한울님이 주시는 선약은 편작이 다시 온다 해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편작은 옛날 주나라의 명의이지만, 여기서는 주나라 시대에 나온 주역을 비유로 한 것이다. 주역은 낙서와 문왕도의 이치를 가리킨 것이요, 그 마지막은 9리화다.
리괘는 꿩이나 까치 등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편작은 곧 낙서의 9리화를 가리키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