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절>
2. 기장(奇壯)하다 기장하다 구미산기(龜尾山氣) 기장하다
거룩한 가암 최씨(佳岩崔氏) 복덕산(福德山) 아닐런가
구미산 생긴 후에 우리선조(先祖) 나셨구나
산음(山蔭)인가 수음(水蔭)인가 위국충신(爲國忠臣) 기장하다
가련(可憐)하다 가련하다 우리 부친(父親) 가련하다
구미용담(龜尾龍潭) 좋은 승지(勝地) 도덕문장(道德文章) 닦아내어
산음수음(山蔭水蔭) 알지마는 입신양명(立身揚名) 못하시고
구미산하(龜尾山下) 일정각(一亭閣)을 용담이라 이름하고
산림처사(山林處士) 일포의(一布衣)로 후세(後世)에 전(傳)탄말가
가련(可憐)하다 가련하다 이 내 가운(家運) 가련하다
나도 또한 출세 후(出世後)로 득죄 부모(得罪父母) 아닐런가
불효불효(不孝不孝) 못 면(免)하니 적세원울(積世怨鬱) 아닐런가
불우시지(不遇時之) 남아(男兒)로서 허송세월(虛送歲月) 하였구나
인간만사(人間萬事) 행(行)하다가 거연 사십(遽然四十) 되었더라
사십 평생(四十平生) 이뿐인가 무가내(無可奈)라 할 길 없다
구미용담 찾아오니 흐르나니 물소리요
높으나니 산(山)이로세 좌우 산천(左右山川) 둘러보니
산수(山水)는 의구(依舊)하고 초목(草木)은 함정(含情)하니
불효(不孝)한 이내마음 그 아니 슬플소냐
오작(烏鵲)은 날아들어 조롱(嘲弄)을 하는듯고
송백(松栢)은 울울(鬱鬱)하여 청절(淸節)을 지켜내니
불효한 이 내 마음 비감회심(悲感悔心) 절로 난다
가련하다 이내부친(父親) 여경(餘慶)인들 없을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