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괴이(怪異)한 동국참서(東國讖書) 추켜들고 하는 말이
이거임진(已去壬辰) 왜란(倭亂)때는 이재송송(利在松松) 하여 있고
가산정주(嘉山定州) 서적(西賊)때는 이재가가(利在家家) 하였더니
어화세상 사람들아 이런 일을 본 받아서
생활지계(生活之計) 하여보세 진(秦)나라 녹도서(錄圖書)는
망진자(亡秦者)는 호야(胡也)라고 허축방호(虛築防胡) 하였다가
이세망국(二世亡國) 하온 후에 세상사람 알았으니
우리도 이 세상에 이재궁궁(利在弓弓) 하였다네
매관매작(賣官賣爵) 세도자(勢道者)도 일심(一心)은 궁궁(弓弓)이오
전곡(錢穀)쌓인 부첨지(富僉知)도 일심은 궁궁이오
유리걸식(流離乞食) 패가자(敗家者)도 일심은 궁궁이라
풍편(風便)에 뜨인 자도 혹(或)은 궁궁촌(弓弓村) 찾아가고
혹은 만첩산중(萬疊山中) 들어가고 혹은 서학(西學)에 입도(入道)해서
각자위심(各自爲心) 하는 말이 내 옳고 네 그르지
시비분분(是非紛紛) 하는 말이 일일시시(日日時時) 그뿐일네
* 동국참서(東國讖書) : 동쪽 나라, 즉 조선에 있는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책
* 이거임진(已去壬辰) : 이미 지나가 버린 임진년
* 이재송송(利在松松) : 이로움이 松에 있다. 松은 명나라 장수 李如松을 가리킴
* 이재가가(利在家家) : 집에 있어야 이롭다는 말. 즉 홍경래의 난을 피하는 길은 가만히 집에 있어야 한다는 말.
* 녹도서(錄圖書) : 여러 가지를 기록한 도서
* 망진자(亡秦者) ; 진나라를 망하게 하는 자
* 허축방호(虛築防胡) : 헛된 축대를 호를 막기 위해 쌓음
* 이세망국(二世亡國 : 2세 만에 나라가 망함
* 매관매작(賣官賣爵) : 벼슬과 관직을 사고 팜.
* 부첨지(富僉知) : 부자를 가리키는 말
* 유리걸식(流離乞食) :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면서 얻어먹음
* 풍편(風便) : 뜬소문, 헛소문
* 만첩산중(萬疊山中) : 깊고 깊은 첩첩 산중
* 각자위심(各自爲心) : 각기 스스로 자기 마음을 위로 함
* 시비분분(是非紛紛) : 옳고 그름을 따져 어지러움
(풀이)
임진왜란 때에 많은 사람들이 참서나 비결서의 구절을 들먹이며 이재송송(利在松松) 하여야 산다고 하였으니, 그것은 명나라 장군 이여송이 와서 왜군을 물리칠 것을 가리킨 것이라고 믿었다. 가산 정주에서 홍경래의 난이 일어났을 적에는 이재가가(利在家家)라고 하면서 ‘집안에 가만히 있어야 살아남는다’고 하였다. 진시황이 세운 진나라는 중국 역사상 최초로 통일국가였는데 ‘진을 멸망시킬 자는 호(胡)’라고 한 비결서를 믿고 오랑캐 호나라의 침입을 막아야 한다고 만리장성을 쌓았으나, 진시황의 아들인 호에 의해서 멸망했다.
그런 것처럼 우리도 후천에 살아남는 비결을 알아야 하는데, 그것은 이재궁궁(利在弓弓)이다. 격암록의 첫머리에도 ‘양궁쌍을지우마’라고 하여 궁궁과 을을을 알아야 한다고 하면서 그것을 알면 소와 말을 안다고 하였다. 소는 곤괘요, 말은 건괘를 가리키므로 이는 곧 천지를 의미한다.
격암유록의 궁궁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世人難知弓弓인가 弓弓矢口生이라네 兩弓不和背弓이요 雙弓相和彎弓이라 利在弓弓秘文인가 四弓之間神工夫라 老少男女有無識間 無文道通世不知라>
: 세상 사람들은 궁궁을 알기 어려운가? 궁궁을 알아야(矢口를 합하면 知) 살수 있다네. 양궁이 불화하면 등을 맞댄 궁이요(상극), 서로 화합하면 굽은 궁(상생)이라 이로움은 궁궁이란 비밀한 글에 있으니 4궁지간은 신이 하는 공부라 노소남녀 유, 무식간 글을 모르고서도 도통하는 걸 세상이 모른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