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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학가 1

영부, 精山 2010. 11. 23. 07:24

권 학 가 (勸學歌)

 

노류한담(路柳閑談) 무사객(無事客)이 팔도강산(八道江山) 다 밟아서

전라도(全羅道) 은적암(隱寂庵)환세차(換歲次)로 소일(消日)하니

무정(無情)한 이 세월(歲月)에 놀고 보고 먹고 보세

호호망망(浩浩茫茫) 넓은 천지 청려(靑藜)를 벗을 삼아

일신(一身)으로 비겨 서서 적세만물 하여보니

무사한 이내 회포(懷抱) 부칠 곳 바이없어

말로 하며 글을 지어 송구영신(送舊迎新) 하여보세

무정(無情)한 이 세월(歲月)이 어찌 이리 무정한고

어화세상 사람들아 인간 칠십(人間七十) 고래희(古來稀)

만고유전(萬古遺傳) 아닐런가 무정한 이 세월을

역력(歷歷)히 헤어보니 광음(光陰)같은 이 세상에

부유(蜉蝣)같은 저 인생(人生)을 칠십 평생(七十平生) 칭찬(稱讚)하여

드물 희(稀)자 전(傳)탄 말가

어화세상 사람들아

만고풍상(萬古風霜) 겪은 손이 노래 한 장(章) 지어보세

만고풍상 겪은 일을 산수(山水)만나 소창(逍暢)하고

어린 자식 고향(故鄕)생각 노래지어 소창(逍暢)하니

이글보고 웃지 말고 숙독상미(熟讀嘗味) 하였어라

억조창생(億兆蒼生) 많은 사람 사람마다 이러하며

허다(許多)한 언문가사 노래마다 이러할까

귀귀자자(句句字字) 살펴내어 역력(歷歷)히 외워내서

춘삼월(春三月) 호시절(好時節)에 놀고 보고 먹고 보세

 

* 권학가(勸學歌) : 학문을 권장하는 노래

* 노류한담(路柳閑談) : 길거리에 늘어진 버드나무처럼 여유롭게 하는 얘기

* 무사객(無事客) : 딱히 정해진 일이 없는 사람

* 은적암(隱寂庵) : 동학혁명의 발원지. 전라북도 남원에 있는 보국사의 방 한 칸을 빌려 머물면서 수운 대신사가 붙인 방 이름

* 환세차(換歲次)로 : 해를 바꾸기 위해서. 즉 설을 쇤다는 말.

* 호호망망(浩浩茫茫) : 바다나 호수(湖水) 따위가 끝없이 넓고 멀어서 아득함

* 적세만물(積歲萬物) : 만물을 헤아림

* 송구영신(送舊迎新) : 옛 것을 버리고 새 것은 맞이함. 새해를 맞이함.

* 고래희(古來稀) : 예로부터 매우 드묾. 당나라 시인 두보가 인생 칠십(人生七十) 고래희(古來稀)라고 노래했다는 데서 나온 말.

* 광음(光陰)같은 : 햇빛과 그늘, 즉 낮과 밤이라는 뜻으로, 시간이나 세월을 이르는 말.

* 부유(蜉蝣)같은 : 하루살이 같은

* 소창(逍暢)하고 : 맺힌 것을 풀어서 펼침

* 숙독상미(熟讀嘗味) : 깊이 읽어서 그 맛을 음미함

* 언문가사(諺文歌辭) : 한글로 지은 노래 말

 

(풀이)

 

권학가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도를 갈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학문에 열심 하라는 수운선생의 말씀이다. 고향 친척을 떠나 전라도 남원 교룡산성 근처의 은적암에서 남긴 글인데, 하루살이 같은 인생살이요, 뜬구름 같은 삶에 미련을 두지 말고, 오로지 만고불변하는 참 진리를 찾을 수 있는 길은 일심을 가지고 학문에 전념하는 길이라고 가르친다. 인생 70 고래희는 당나라 시인 부도가 지은 시구에 나오는 글인데, 70세를 산 걸 가지고도 아주 드문 일인 것처럼 세상에서는 부러워하지만 그런 건 하루살이 삶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