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乾杯(건배)
연말에는 각종 송년회가 벌어진다.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하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나가지 않아도 좋을 모임도 많이 있다. 송년회를 망년회라고도 하는데, 송년은 送年(송년)이라고 하여 ‘한 해를 보낸다’는 뜻이고, 忘年(망년)은 ‘한 해를 잊는다’는 뜻이다. 보내는 것이나, 잊는 것이나 무슨 차이가 있겠냐만, 생각하기에 따라서 그 의미가 달라진다.
乾杯의 乾은 ‘마를 건, 하늘 건’이며, 杯는 ‘잔 배, 그릇 배’다. 이걸 풀이하면 ‘마른 잔’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잔이 말랐다 함은 잔을 비웠다는 말이니, ‘건배’라고 외치는 것은 ‘잔을 비우자’고 소리 지르는 것이다.
乾은 北十字과 南十字 사이에 태양(日)이 있고, 그 옆에 乞(빌 걸)이 함께 있다. 남과 북을 한데 잇는 선을 가리켜 天軸(천축)이라고 한다. 천축의 중간에는 태양이 있고 그 주위의 적도를 따라 수평으로 지구를 비롯한 恒性(항성)이 돌고 있는 것이 태양계다. 乞은 본래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모양을 본 뜬 글자였는데, 뒤에 사람들이 ‘빌다’는 뜻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乞은 人과 乙을 합한 모양인데, 人은 음양을 모아놓은 상태이고, 乙은 나무의 싹이 땅에서 힘차게 뻗어가는 모양이므로, 결국 ‘음양이 힘차게 될 수 있도록 빌다’는 뜻이 된다. 乾에는 ‘마르다’는 뜻이 있는데, 그것은 양의 기운만 있기 때문이다. 예부터 하늘을 乾卦(건괘)라고 하여 ☰의 모습으로 나타냈다. 이것은 순양의 기운만 있는 상태이기에, 하늘은 애타게 음이 오기를 빌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