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삼원색 2

영부, 精山 2010. 12. 29. 07:15

이에 비해 감색혼합(減色混合)은 減法混色이라고도 한다. 가산혼합과는 반대로 두 가지의 색을 섞으면 더 어두워진다. 예를 들면, 마젠타(자홍색)와 노랑의 2개의 색 필터를 겹치면 원래의 마젠타나 노랑보다 어두운 빨강이 된다. 이것은 양쪽 색 필터를 모두 통과하는 파장부분만 투과하고, 양쪽을 모두 통과하지 않는 파장부분은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감산혼합에서는 <마젠타, 노랑, 시안(하늘색>을 여러 강도로 섞으면 어떤 색이라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이 3색을 감산혼합의 3원색이라고 한다. 감산혼합의 3색을 합한 補色(보색)은 검정이나 灰色(회색)이 된다. 이 원리는 컬러사진이나 수채화 등에 이용된다. 이 혼합에서의 보색(補色)은 회색 또는 흑색이 된다.

 

빛의 삼원색을 합하면 백색이 되고, 색의 삼원색을 합하면 흑색(혹은 회색)이 되는 건 무얼 의미할까? 그것은 이미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빛은 물질을 투과하지만, 색은 반사하기 때문이다. 물질을 이기면 밝아지게 마련이요, 이기지 못하면 어두워지게 마련이다. 물질은 인생을 풍요롭고 편하게 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면 밝은 깨달음의 세계로 진입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물질은 그 자체가 이미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정신이나 영혼은 시공의 제약을 받지 않지만, 물질은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영원한 대자유다. 그것은 빛의 세계로 들어가야 가능하기 때문에 성경에서는 ‘하나님은 빛’이라고 하였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灰色(회색)에 관한 것도 살펴보자. 색을 합하면 검정색으로 변한다고 하였는데, 그것은 회색과 같다. 회색은 흔히 ‘재색’이라고도 한다. 灰라는 글자가 ‘재 회’이기 때문이다. 흔히 ‘회색분자’라고 하는데, 그것은 ‘소속이나 주의가 분명하지 않은 상태’를 가리킨다. 회색은 검정과 흰색이 합하였기 때문에 검정도 아니고 흰 색도 아닌, 이것도 저것도 아닌 회색분자라는 말이 나왔다. 불에 타고 남은 재는 소속이나 주체가 없어진 셈이니 그렇게 보는 건 당연하다. 僧服(승복)을 보면 회색으로 하는 게 보통인데, 그것은 세상의 모든 욕정을 타 태웠다는 증거다. 灰는 불(火)을 손으로 잡고 있는 형국인데, 그것은 곧 불에 타고 남은 재를 쥐고 있는 모습이다.

 

잿물은 콩깍지, 짚 등을 완전히 태운 뒤 그 재를 시루에 안친 후 물을 부어 우려 낸 물을 가리킨다. 잿물은 기름기와 때를 잘 빨아내서 이불잇, 욧잇 따위의 무명빨래에 쓰였다. 양잿물은 서양에서 들어온 것으로 가성소다라고도 한다. 여하튼 잿물은 기름기나 때를 잘 빨아내는 성질이 있어서 지금도 비누를 만드는 데에 쓰고 있다. 참고로 아랍어인 알카리(al qaliy)는 ‘태운 재’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하니 그 어원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