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惡)
이번에는 악에 대한 걸 살펴보자. 惡은 ‘악할 악, 추할 악, 불길할 악’ 등으로 쓰는데, 亞(버금 아, 흉할 아)밑에 心을 더한 글자다. 그런데 왜 亞를 ‘흉하다고 했을까? 그것은 亞가 본래 인체의 등이 보기 흉하게 굽은 걸 본 뜬 글자이기 때문이다. 본래는 이처럼 ’보기 흉하다‘의 뜻으로 亞가 나왔는데, 후일 사람들이 밑에 心을 붙여 ’미워할 오‘로 자리매김하고, 대신 亞는 ’버금 아, 아귀 아, 회칠할 아‘로 사용하게 되었다.
‘버금‘을 사전에서 찾으면 ’으뜸의 바로 아래. 또는 그런 지위에 있는 사람이나 물건‘으로 나온다. 으뜸이 아니면서 으뜸과 맞먹을 정도의 상태를 가리켜 ’버금 가다‘고 한다. 즉, 으뜸이 아니면서도 으뜸인체 하는 마음이 곧 ’악한 것, 추한 것‘을 가리켜 주는 문자가 惡이다. 성경에는 ’사탄‘이라는 마귀가 등장하는데 그 뜻은 ’하나님과 대적하는 자, 맞먹는 자‘이므로 사탄은 결국 ’악‘이라는 의미가 된다.
善이 천지인 삼계를 일관한 말씀이므로 ‘착한 것’이라고 한다면, 惡은 그렇게 되지도 못한 상태에서 ‘버금가려고 하는 상태’이므로 악하다고 한다. 이를 가리켜 위선(僞善 : 착함을 가장한 거짓)이라고 한다. 어느 것이건, 진솔하지 못하면 악이다. 큰 거짓이건, 작은 거짓이건 위선은 모두 악이다.
우리말에 이르기를 ‘악을 쓴다’고 하는 게 있는데, 모자라는 자신의 기운을 무릅쓰면서 무리하게 소리를 크게 지르는 행위를 가리킨다. 악은 결국 자신의 기운을 일찍 소진(消盡)시켜 건강을 해치며, 남에게 불쾌감을 안겨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