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義)
羊이 들어가는 문자에는 義(의)가 있다. 실제로 義의 부수(部首)는 羊이다. 그러나 善의 부수는 口다. 義는 ‘옳을 의’라고 하는데,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일까? 우선 義를 구성하는 문자를 분석해보자.
義는 羊밑에 我(나 아)가 합한 글자다. 我는 ‘무기 또는 농기구를 본 뜬 글자. 뒤에 ’나‘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었다’고 자전에는 설명을 하고 있다. 다시 我를 분석한다면 手(손 수)와 戈(창 과, 싸움 과)로 나눌 수 있으니, 이는 곧 ‘손에 창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羊이 손에 창과 같은 무기를 들고 있는 것과 ‘옳다’는 것이 무슨 관계일까? 羊은 ‘천지인을 하나로 일관하여 상서로운 후천의 출발’을 알리는 상징이라고 했는데, 그것이 손에 창을 들고 있다는 것과 연결해 보자. 후천의 출발을 계절로 치면 가을의 출발이다. 봄과 여름에는 씨앗을 뿌리고 키우며, 꽃이 만개한다. 그것은 곧 겉으로 드러난 형상의 극치를 가리킨다. 형상이 화려한 까닭은 수정(授精)을 하기 위해서다. 화려하고 향기가 좋을수록 벌과 나비를 불러들여, 자신이 지니고 있는 꽃가루를 널리 퍼지게 한다. 형상은 물질문명의 꽃이다.
수정을 하지 않으면 자신으로 생명의 대(代)는 끊어지는 법이므로 형상을 꽃을 아름답게 피우는 것은 대자연의 필연적인 현상이다. 戈(창 과)는 큰 깨달음으로 사물을 가르고(一), 파내어(乀), 삐치게(丿)하여 마침내 생명의 불꽃을 있게(丶) 한다는 뜻이 있다. 창은 남을 공격하는 수단이라기 보다는 이처럼 무언가 소중한 것을 뺏기지 않으려는 보호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義는 음양과 삼신이 일관한 깨달음을 나의 것으로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임을 알 수 있다.
五常(오상 : 인, 의, 예, 지, 신) 중에서 동방은 仁, 남방은 禮, 북방은 智, 중앙은 信으로 보고, 義는 서방에 속한다고 한다. 서방은 태양이 지는 서늘한 기운이며, 계절로는 화려한 꽃잎과 낙엽이 떨어지고 오직 튼실한 열매만 남는 가을이다. 태양이 지면 더 이상,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던 낮의 형상들을 볼 수 없게 된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군더더기나 가식이 필요 없는 열매를 맺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바로 義다.
봄은 씨앗을 뿌리고 키우는 시기이기에 어머니의 품처럼 모든 것을 품어야 하는 仁이 필요하지만, 가을에는 쭉정이와 열매를 반드시 구별해야 한다. 거기에는 일체의 사정(私情)이 개입되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의다. 그래서 손에 무기를 들고 있는 我가 되어야 하며, 그것이 상서로운 것이기에 羊과 합하여 義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