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모두 수운 대신사와 동학이야말로 삼천용도(三天用道)의 상징임을 입증하는 것인데, 삼천용도라는 것은 복희씨(伏羲氏)의 하도태극(河圖太極)으로 팔괘문(八卦門)을 열어놓고, 문왕씨(文王氏)때 락서양의(洛書兩儀)로 구궁문(九宮門)을 열어 놓으며, 수운선생 영부사상(水雲先生靈符四像)으로 십극문(十極門)을 열어 놓은 것을 가리킨다. 이렇게 해서 동서남북 십방세계(東西南北十方世界) 사통오달(四通五達)이 이루어졌다.
하도는 태극이요, 낙서는 양의이고, 영부는 사상이라고 하였으니 이건 무슨 이유에서일까? 태극은 우주의 핵인데 그것은 하늘에서 내려 온 생명의 씨앗인데 하도가 그것을 알려주었고, 태극에서 음의(陰儀 --)와 양의(陽儀 ㅡ)가 나와서 상대적인 형상으로 나타나는데, 그것을 가리킨 것이 낙서이며, 마지막으로 땅에서 사람이 남녀로 나타났으니, 이는 곧 음양이 음양으로 벌어진 사상이다. 1, 2, 3, 4라는 사상을 합하면 10이 되니 십극문을 열어 놓았다고 한 것이며, 그것은 영부로 정리된다.
복희씨는 하도를 풀이하여 8괘를 그었으니, 팔괘문을 열었다. 복희 팔괘는 건곤, 감리, 진손, 간태로 각기 음양이 있는데도 어찌하여 낙서에서 음양을 사용했다고 하였을까? 그것은 복희씨가 그은 팔괘는 음양과 사상이 다 포함된 설계도였기 때문이다. 설계도면을 보고 직접 집을 짓는 작업은 문왕도에 나타나 있다. 그것이 바로 음양상극이며, 금화교역이다. 그리고 영부8괘에서는 수토동덕과 2·9착종이 벌어지니 이를 가리켜 사상으로 십극문을 열었다고 하였다. 십극문을 열면 일극도 함께 열리는 셈이므로 봉명서 첫머리에 ‘十一極만 알고 보면 天地造化 거기 있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되는 운수(運數) 심학(心學)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것들이니 어서 바삐 심학(心學)해서 근본을 잊지 말라(不忘其本). 심학은 마음으로 하는 학문인데, 대개 이것을 마치 무슨 명상이나 호흡을 통해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하기를 ‘인간의 지식이나 앎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하면서 신비한 체험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믿고 있다.
하지만 봉명서에서 밝힌 것처럼 이미 그런 체험을 수운 대신사나 용주 선생 같은 분들도 다 마친 상태에서 내어 놓은 것이 바로 영부라고 하였다. 현무경에는 ‘기초동량은 천지인신 유소문’이라고 하였다.
아무리 좋은 체험을 하였다고 하여도 객관적이면서도 합리적인 가르침을 학문으로 풀어낼 수 없다면 그건 또 다시 신비주의를 조장할 가능성이 다분하며 대개의 경우 신흥종교로 전락하게 마련이다. 신비한 체험이나 계시, 환상 등은 열매가 나타나기 전에 필요한 것들이다. 혹시 열매다운 열매를 맺지 못하고 쭉정이가 될 까봐 천지신명이나 조상신명들은 그런 계시나 환상 등을 보여주면서 인간을 이끌었으나, 열매가 나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것은 아직도 열매를 보지 못한 증거다. 이미 동학이 나오고, 영부가 나오며, 현무경이 나왔는데 어찌 그런 것들이 필요할까? 어린 시절에 만화영화나 슈퍼맨 같은 신기한 것들에 관심이 많은 법! 어른이 되면 그런 건 유치해서 보라고 해도 안 보게 마련이다. 진정한 신비나 체험은 ‘바로 지금!’ 우리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모든 것들을 제대로 보는 이목구비를 갖추면 그만이다. ‘이목구비는 성리대전 80권’이라고 한 현무경의 기록은 바로 이를 가리킨다. 이것이 바로 본심이 영과 통하는(本心通靈) 상태이며, 그것은 천심과 진리가 하나 된 상태(天心一理)다.
진리는 반드시 학문으로 정리되어야 한다. 천심과 인심이 합한 조화로 선을 택하여 단단하게 잡기를 지극히 하면(擇善固執至極) 지극한 선에 머물게 마련(止於至善)이니 이것이 바로 동학에서 말하는 외유기화내유신령(外有氣化內有神靈)이다. 선천의 종교 판에서는 툭하면 ‘성령은 은사’라 하고 ‘부처님의 가호’라고 하지만 그런 감성적인 것에 비한다면 영부를 통한 심학은 감히 비교도 할 수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