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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干 1

영부, 精山 2011. 2. 21.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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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공간의 단위에 대한 걸 알아보자. 시간은 달의 변화를 모태로 삼았기에 12지지로 나타난다면, 공간은 태양의 변화를 모태로 삼았기에 10천간으로 나타난다. 달의 변화는 회현삭망(晦弦朔望 : 그믐, 초승달, 초하루, 보름)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진다.

이에 비해 태양은 항상 일정한 모습을 유지한다. 항상 일정한 모습은 공간의 모습이요, 항상 변하는 모습은 시간의 모습이다. 그러기 때문에 공간의 주인공은 태양이요, 시간의 주인공은 달이라고 한다.

 

공간의 空에 대해서는 이미 ‘공과 허의 차이’에서 언급을 하였고, 시간의 時에 대한 것을 알아본 후에 공간의 단위를 살펴보자. 時는 日과 寺가 합한 글자다. 寺는 본래 之와 寸을 합한 것인데, 寸은 손목에서 손가락 하나를 끼워 넣을 정도의 거리가 있는 곳으로 흔히 맥을 짚는 곳으로 알려졌다. 之는 대지(一)에 풀이 돋아나 자라나 나아가는 모양을 본 뜬 것이므로 ‘가다’는 의미로 쓴다. 그러므로 寺는 ‘마음이 가는 거리를 재다’는 뜻이 들어 있기에 수도를 하는 ‘절 사’라고도 한다.

또한 ‘이리 저리 다니는 마음을 모시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에 ‘내시 시’라고도 한다. 내시는 임금을 모시는 사람을 가리킨다. 時를 ‘시’라고 부르는 것은 ‘절 사’라는 의미보다도 ‘내시 시, 모실 시’라는 의미로 보았기 때문이다. 즉 태양(日)을 이리저리 모시고 다니는 ‘때’를 가리킨다.

 

시간을 가리키는 단위에는 연월일시, 세월일진, 12시간을 가리키는 12띠 등이 있는데 반해, 공간을 가리키는 단위는 4방, 혹은 5방이 있는데, 이를 합하여 天干(천간)이라 한다. 이른 바,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이치에 의해 子時, 丑時, 寅時 … 등은 있어도 甲時, 乙時, 丙時 … 등은 없다. 천간은 甲方, 乙方, 丙方 … 등이라고 하여 주로 방위를 가리킨다.

甲乙은 동방, 丙丁은 남방, 戊己는 중앙, 庚辛은 서방, 壬癸는 북방을 가리킨다. 서양적인 사고방식으로는 그냥 동, 서, 남, 북이라고만 하면 그만이지만 동양에서는 동방 중에서도 양에 속하면 갑방이라 하고, 음에 속하면 을방이라 한다. 남방 중에서도 양에 속하면 병방이요, 음에 속하면 정방이다. 중앙에서도 양에 속하면 戊方, 음에 속하면 己方이라 하며, 서방에서도 양에 속하면 庚方, 음에 속하면 辛方이라 하고, 북방에서도 양에 속하면 壬方, 음에 속하면 癸方이라 한다.

 

甲은 초목의 싹이 씨의 껍질을 인 채 땅 밖으로 떡잎으로 솟은 모양을 본 뜬 글자다. 또는 전장 터에서 입는 갑옷을 본 뜬 글자라고도 하는데, 그만큼 단단한 모양을 가리킨다. 갑옷을 가리켜 甲冑(갑주)라고도 부른다. 또는 ‘거북 갑’이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거북의 등껍질처럼 단단한 것이 甲이라는 의미다. 이처럼 甲에는 단단하다는 의미가 강한데, 그것이 동방을 가리킨다고 보는 것은, 모든 생명체는 동방에서 솟는 태양의 볕으로 단단하게 무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단단한 열매를 맺는 것은 서방에서 하지만, 열매를 맺을 때까지 모든 적들과 싸워 이기기 위한 무장을 하는 것은 봄부터 시작하는 법이며, 방위로는 동방이다. 동방의 東이라는 글자도 역시 木에 日(태양)이 중간쯤에 떠 오른 모양을 가리키는 것으로 만물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의 태양의 방향을 가리킨다. 이처럼 甲이 동방에 떠 오른 태양의 밝은 볕을 받는 곳을 가리킨다면, 乙은 그늘진 곳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