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과 乙이 각기 나무와 풀의 모양을 본 더 만든 글자이기에 나무의 속성과 상통하는 동방과 봄에 해당한다고 한다면, 丙과 丁은 불과 연관된 글자다. 丙은 양기를 가리키는 一과 ‘멀다’는 뜻을 가리키는 冂(멀 경)과 入(들 입)이 합친 글자이므로 ‘양기가 먼 곳으로 들어가는 모양, 즉 양이 쇠하고 음이 일어나려고 하는 모양’을 가리킨다. 하루로 치면 가장 뜨거운 태양이요, 계절로 치면 무더위의 절정이니 夏至(하지)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丙을 ‘남녘 병, 불꽃 병’이라고 한다. 여름에도 음양이 있고, 불에도 음양이 있으니 丙은 양이요, 음에 해당하는 것은 丁이다.
丁은 ‘고무래 정’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그건 고무래의 모양과 같다고 한데서 나왔지만, 字典(자전)에는 못(釘)의 모양을 본 뜬 글자, 혹은 머리의 정수리를 본 뜬 글자라고 나와 있다. 역시 양기를 가리키는 一이 밑으로 내려가 낚시 바늘처럼 무언가 위로 끄집어 올리는 모양을 하고 있으니 정정한 힘으로 일을 처리해 나가는 모습이 있다고 하여 ‘장정 정‘이라고 한다. 丙이 표면으로 보이는 불이라면 丁은 내면을 밝히는 불이며, 丙이 태양이나 큰 불이라면 丁은 작은 촛불이다. 丙이 왕성할 대로 왕성하여 기울기 시작하는 불이라면 丁은 싱싱한 불이다. 둘 다 방위로는 남방이요, 5행으로는 火라고 하며, 색으로는 붉은색이요, 맛으로는 쓴맛이요, 냄새로는 타는 냄새다.
다음은 戊와 己에 대해서 알아볼 차례다. 戊는 矛(모)의 古字(고자)다. 矛는 자루가 길고 장식이 달린 창인데, 주로 兵車(병거)에 세워두는 장식용으로 사용했다. 창은 공격하는 무기요, 그걸 막는 것은 방패(盾)이니 이 둘을 합한 矛盾(모순)은 ‘서로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여하튼 戊는 부수도 戈(창 과)이며, 戉(도끼 월)과 그 모양이 비슷할 정도로 강력한 무기를 가리킨다. 越南(월남)이란 나라의 越(넘을 월)은 走(달릴 주)를 부수로 하여 戉을 사용한 글자이니, ‘도끼를 지닌 채 담을 뛰어넘다’는 뜻이다. 나중에 사람들이 ‘다섯 번째 천간 무’라고 가차하여 지금까지 이르렀다.
己는 새를 쏘는 활의 모양을 본 뜬 글자였는데 훗날 '자기 기, 몸 기‘라는 의미로 가차되었다. 戊와 己는 지구의 중심을 가리키는 것으로 5행으로는 土다. 土는 음도 아니요, 양도 아니면서 음과 양을 동시에 중개하는 중성이다. 그러기 때문에 흙은 모든 생물이 맘 놓고 살아가는 터전이 된다.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戊己다. 같은 중앙토라고 하여도 무는 양적인 역할을 하는데, 戊에는 무성하다는 茂의 의미가 바로 그런 사정을 대변한다. 己는 활의 모양이라고 한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변화의 바탕을 가리키는 것으로 음중의 음이다. 그러기 때문에 戊는 5土라 하고, 己는 十土라 한다. 무기의 색을 黃色(황색)이라고 하며 맛은 단맛이요, 냄새는 단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