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壬癸

영부, 精山 2011. 2. 25. 07:33

壬과 癸는 북방의 차가운 水를 가리킨다. 壬은 양이기에 겉으로 나타나는 큰물이나 흐르는 물을 가리키고, 癸는 음이므로 속에 숨어 잘 보이지 않는 물과, 고여 있는 물을 가리킨다. 壬은 ’아홉 째 천간 임‘이라고 하는데 ’클 임‘이라고도 한다.

 

壬은 양쪽으로 날이 시퍼렇게 선 칼의 모양을 본 뜬 글자다. 壬은 부수가 士(사)다. 士는 土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그 뜻은 전혀 다르다. 土는 땅(一) 위에 작은 땅(一)이 돋운(丨) 모양이지만, 士는 一과 十을 합한 글자다. 즉 一에서 十에 이르는 만물의 이치를 공부하는 것이라고 하여 ’선비 사‘라고 하였다.

 

혹은 一은 태극을, 十은 무극을 가리키므로 태극과 무극의 이치를 공부하는 선비로 보았다. 여하튼 士가 丿(삐칠 별)한 모습이 壬이며, 양쪽으로 날 선 칼을 본뜬 글자라고 하였으니, 그것은 선비가 날카로운 지혜나 지식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壬은 지식이나 꾀 등을 가리키고, 그것은 새로운 생각을 낳는 모태가 되므로 姙(아이 밸 임)이나 任(맡길 임) 등의 의미로 사용한다.

 

이에 비해 癸는 癶(등질 발)을 부수로 삼았다. 癶은 보통 ’필 발 머리‘라고 하는데, 그것은 發(필 발)의 머리에서 따온 이름일 뿐, 사실은 ’등질 발‘이라고 해야 한다. 癶은 두 다리를 가지런하게 뻗친 모양을 본뜬 글자였는데, 나중에 서로 등을 지고 사이가 멀어진 걸 의미하는 ’등질 발‘로 가차되었다.

 

史記에 기록하기를 癸之言揆也 萬物可揆度也(癸는 揆라고 하는데 만물을 재는데 가하다)고 한 걸 보면, 그 역시 壬과 마찬가지로 사물을 인식하는 척도임을 알 수 있다. 다만 壬은 陽水이기에 규모나 기능이 활발한 상태요, 癸는 陰水이기에 고요한 상태가 다르다. 만물은 중심에서 벌어진 것이라고 하지만, 중심은 무형이기에 형상이 시작하는 곳은 북방이다.

 

예부터 우리조상들이 冬至(동지)를 귀중하게 여긴 것은, 그때부터 1양이 시생하기 때문이었다. 1양이 시생한다 함은 무형에서 유형으로 시작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직 形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始生이라고 한다. 형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때를 일러 立春이라 한다.

 

立春大吉(입춘대길)은 형상이 모습을 나타나는 걸 기리는 말이다. 암튼 壬癸에는 사물을 잉태하고 인식하는 척도라는 의미가 다분하기에 ’任者‘라는 말이 나왔다. 임자는 어떤 물건의 주인을 가리키는데, 壬子水야말로 모든 물질을 만들어낸 주인공이라는 걸 일러주는 셈이다.

 

이상으로 10천간에 대한 면모를 살펴본 것처럼, 천간은 주로 5방의 속성을 얘기하였다

. 다음은 12지지에 대한 면모를 살피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