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地人
우리 민족은 예부터 삼신을 숭배했다. 어린아이의 엉덩이에 퍼렇게 멍이 들게 斑點(반점)을 찍어 준 것도 삼신할머니라고 한다. 지금도 절에 가면 삼신각이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절간의 삼신각이나 대웅전 등은 기실, 우리 민족의 문화에 불교가 접목한 흔적이다. 대웅전은 18대 1565년간 존속한 환웅조선의 ‘桓雄’을 모시는 사당이었다. 삼신 할매에 관한 전설은 지금도 이 땅 곳곳에서 커다란 숨소리를 내고 있다.
삼신은 天神, 地神, 人神을 합한 말이다. 우리 조상들은 천지를 주관하는 신이 있다고 믿었으며, 그것을 天地神明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천지신명이 낳은 존재가 사람이라고 믿었다. 그러기 때문에 사람도 어엿한 신으로 보았다. 혹자는 말하기를 우리민족은 어리석어서 나무나 돌에다 빌면서 삼신을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이야말로 無知의 소산이다. 그것은 하찮은 돌멩이나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도 신령이 존재한다고 믿었다는 증거다. 유일신만 최고요, 汎神論(범신론)은 미개한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 눈에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동물이나 식물을 불문하고 모든 것을 신의 형체로 보고 그 속에서 신의 숨소리와 말소리를 들으려고 한 자세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오히려 유일신을 믿는다고 하면서 다른 신은 전부 우상이기에 打破(타파)의 대상으로 믿고 가르치는 것보다는 훨씬 평화적이지 않은가?
이 세 신을 보통 ‘천지인’이라고 부르며 ‘삼재’ 혹은 ‘삼신’이라고 한다. 天地人을 한자를 통하여 고찰해보자. 天은 사람이 양팔을 크게 벌리고 서 있는(大) 위에 一이 있으니 그것을 하늘이라고 한다는 데서 나온 글자다. 하지만 거기에는 그보다 더 깊은 의미가 있다. 무릇 형상이란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을 통해서 안 보이는 의미를 찾기 위해서 나온 것이다. 만일 그 속에 들어 있는 심오한 이치를 찾지 못한다면 짐승과 何等(하등) 다를 게 없다. 짐승들도 눈에 보이는 대로 먹고 움직이면서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사람에게는 지각이라는 게 있으니, 그것은 곧 신의 형상을 그대로 稟受(품수)한 인간의 特長(특장)이다.
天은 무형의 집합소다. 그에 반해 地는 유형의 집합소다. 사람은 유, 무형의 집합소다. 그러기에 天에는 온갖 무형적인 요소가 다 들어 있게 마련인데, 그것은 어차피 천지인 삼신의 무형적인 要所(요소)다. 장차 하늘, 땅, 사람의 형체로 나타날 요소들이 한데 모인 곳이 하늘이다. 맨 위의 一은 하늘의 요소요, 또 하나의 一은 땅의 요소이며, 人은 사람의 요소다. 하늘과 땅은 한 개이기에 각기 一로 나타내지만, 사람은 남녀로 되어 있으므로 두 개가 서로 기댄 人으로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