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개벽 시 국초사(開闢時國初事)
팔도강산(八道江山) 다 밟아서 전라구궁 은적암(全羅九宮隱寂庵)에
환세차(換歲次)로 소일(消日)타가 송구영신(送舊迎新)하여 보니
음거양래(陰去陽來) 그 가운데 인간개벽 심성(人間開闢心性)일세
개벽시 국초사(開闢時國初事)를 잠심완미(潛心玩味)하고 보니
천지심성 만천인물(天地心性萬千人物) 오운육기 동동(五運六氣動動)일세
(풀이)
8도 강산 다 밟았다 함은, 3대 상서에 숨겨진 8괘의 이치를 다 깨달았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우주에 벌어진 모든 비밀의 중심을 다 볼 수 있는데, 이를 가리켜 ‘전라구궁 은적암’이라고 하였다. 우리민족은 예부터 전국을 팔도로 나누었는데, 이와 같은 맥락에 의한 것이었다. 全羅(온전한 그물)는 全裸(온전히 발가벗음)와 같은 의미다. 장차 인류와 신명들은 한 많고, 설움 많았던 全羅道에서 전라가 된 몸으로 살풀이춤을 추게 될 것이다. 은적암에서 수운대신사와 용주선생이 만나게 되고, 대도를 전수 받는데, 그것을 가리켜 ‘환세차(換歲次)로 소일(消日)타가 송구영신(送舊迎新)하였다’고 기록하였다.
환세차 하기 위하여 소일핬다 함은, 선천과 후천을 맞바꾸는 개벽을 하기 위하여 세월을 보냈다는 말이고, 송구영신은 마침내 그 뜻을 이루었다는 말이다. 陰去陽來는 어두운 물질의 시대가 사라지고, 밝은 심성의 시대가 왔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것은 철저하게 인간의 심성이 개벽한다는 말이지, 결코 지축이 바로 서는 것과 같이 물질적인 면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개벽이 이루어지면서 후천 5만 년의 이상국가의 첫째 일(開闢時國初事)을 깊이 마음속에서 맛을 보니(潛心玩味) 천지심성 만천인물 모든 것이 오직 오운육기가 살아서 움직일 따름이다(五運六氣動動). 봉명서 첫 구절에도 ‘天文地理人事道 五行六甲 五運六氣 天干地支配合해서 八卦九宮 살핀 후에 十極一極 깨쳐보소’라고 한 것을 상기하자. 5운6기는 너무 방대한 것이므로 별도로 언급하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