口蹄疫(구제역) |
요즘 온 나라가 구제역으로 인해 어수선하다. 자그마치 300만 마리가 넘는 소와 돼지들을 생매장을 했다. 갑작스런 일이어서 그런지 燒却(소각)은 전혀 꿈도 꾸지 못하고, 생매장으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매립지를 선정하고 관리하는 일이 너무 驚惶(경황)한 나머지 제대로 되지 않았으며, 그 결과 浸出(침출)수가 강으로 흘러들고, 지하수가 오염되어 농업용수는 물론, 심지어 식수까지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소각을 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하지만, 소각을 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시설이 있어야 하고,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기능을 갖추어야 하는데, 미처 이런 재난이 올 줄은 아무도 몰랐으니 대비를 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그나저나 구제역에서 온전히 벗어나려면 적어도 100년이 지나야 한다는데, 장마가 내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끔찍하기만 하다.
구제역은 발굽이 2개인 소·돼지 등의 입이나 발굽 주변에 물집이 생긴 뒤 치사율이 5∼55%에 달하는 가축의 제1종 바이러스성 법정전염병이다. 소의 경우 잠복기는 3∼8일이며, 초기에 고열(40∼41℃)이 있고, 사료를 잘 먹지 않고 거품 섞인 침을 흘린다. 잘 일어서지 못하고 통증을 수반하는 급성구내염과 제관(蹄冠)·지간(趾間)에 수포가 생기면서 앓다가 죽는다.
구제역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은 ‘병에 걸린 짐승만 죽이면 되지, 왜 멀쩡한 짐승까지 다 죽이느냐?’고 묻겠지만, 공기로 오염되기 때문에 전염 속도가 엄청 빠르기 때문에 서둘지 않으면 안 된다. 가령 어느 지역의 소가 구제역에 걸렸다고 하면 그로 인해 소가 아닌, 돼지, 닭, 오리 등 모든 짐승들이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비록 인간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짐승의 씨가 말라버리게 된다. 肉食(육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감히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 벌어지지 않겠는가? 예전에는 한 동리에 전염병이 발생하면 사람이건 짐승이건 모두 격리하고, 심지어 불을 놓기까지 하였던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의학이 발달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이런 구제역을 해결할 수 있는 처방전은 나오지 않고, 겨우 백신으로 예방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구제역을 한자를 통해 살펴보자. 입을 가리키는 口와 발굽을 가리키는 蹄(제)와 돌림병을 가리키는 疫이 합하였으니 ‘입과 발굽에 생기는 전염병’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구제역이라는 한자만 제대로 알면 금방 ‘아! 입과 발굽에 물집이 생기고 침이 나오는 전염병이구나’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