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비이자(興悲二字)
난지리(難知理)를 알고 보면 불신 중(不信中)에 있는 바요
이지리(易知理)를 알고 보면 유신 중(有信中)에 있는 바니
미신자신 양단중(未信自信兩端中)에 불연기연(不然其然) 깨달아서
흥비이자(興悲二字) 깨쳐보소 춘흥(春興)하면 추비(秋悲)하고
양흥(陽興)하면 음비(陰悲)하고 일출(日出)하면 월비(月悲)하고
용흥(龍興)하면 호비(虎悲)되고 천흥(天興)하면 지비(地悲)되니
질대성쇠 대정수(迭代盛衰大定數)는 천지정리(天地定理) 아닐런가
(풀이)
여기서는 특별히 해설할 게 없다. 어려운 것은 본인이 믿지 않기 때문이고, 쉬운 것은 본인이 믿기 때문이다. 믿고서 공부하는 것과 믿지 않고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같은 내용이라고 하여도 믿지 않는 자에게는 마음의 문을 閉鎖(폐쇄)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에는 어려워서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여도 믿음이 확실하다면 기어코 그 문이 열리게 마련이다.
믿음은 信이라고 쓰는데, 사람의 말을 믿는 게 진정한 믿음이라는 뜻이다. 현실은 사람이 사람의 말을 믿을 수 있는 세상이 못 된다. 사람처럼 잘 속이는 존재가 또 어디 있을까? 차라리 금수나 초목 들은 사람을 속이지 못한다. 그들은 그저 본능대로 움직일 따름이지만, 인간들은 狡猾(교활)하기 그지없어서 가장 못 믿을 존재다. 그것은 아직 시천주의 상태가 못 되었다는 반증이니, 봉명서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심령신대에 3대상서를 새겨 넣어 인간의 말이 아닌 하늘의 말씀을 믿으라고 하였다.
인간이 인간의 말을 듣는 시대가 오면 더 말할 것도 없이 좋겠지만, 사심이 없는 천심의 경지에 이른 인간이 되지 않으면 인간의 말을 믿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未信自信兩端中에 不然其然을 깨달으라고 하였다.
未信은 3대 상서를 믿지 못하는 것이요, 自信은 그것을 믿는 것이다. 不然其然은 동학의 경전에 있는 말씀인데, 그런 것과 안 그런 것을 구분하는 경지를 가리킨다. 是非(시비)를 가려야 할 경우에는 분명하게 가려야 한다.
世上事(세상사)는 뜬구름이어서 웬만하면 시비를 가리지 않는 게 좋다. 하지만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눈이 없다면 짐승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봄이 흥하면 가을이 비해지며, 양이 흥하면 음이 비해지고, 태양이 흥하면 달이 비해지며, 하늘이 흥하면 땅이 비해지는 것이 철칙이다. 우주만물은 상대적인 것이어서 하나가 흥하면 다른 하나는 비해지게 마련이다. 이것이 천지가 정한 번갈아 대를 이어가면서 성하고 쇠하는 천지의 큰 운수(迭代盛衰大定數)다.
대정수는 55다. 55는 하도를 통해 나타난 흑백 무늬인데, 양 25(1, 3, 5, 7, 9), 음 30(2, 4, 6, 8, 10)으로 되어 있다. 양 25는 5 × 5이고, 음 30은 5 × 6이다. 5 × 5는 ‘다섯 개의 5’이고, 5 × 6은 ‘다섯 개의 6’이다. 즉 다섯 개의 양수(1, 3, 5, 7, 9)는 그 하나하나가 모두 5라는 말이고, 다섯 개의 음수(2, 4, 6, 8, 10)은 그 하나하나가 모두 6이라는 말이다. ‘다섯’은 만물의 중심을 상징하는 것으로 그것은 하도의 중심에 있는 다섯 개의 점을 가리킨다. 그 다섯 개의 점이 五行六甲으로 벌어지는 것이 天道地德이라고 한 것이 봉명서의 첫 구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