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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속과 풍습 2

영부, 精山 2011. 4. 8. 06:09

이런 것을 우리는 風俗(풍속)이라고 부른다. 옛날부터 그 사회에 전해 오는 생활 전반에 걸친 습관 따위를 이르는 말, 혹은 그 시대의 유행과 습관 따위를 이르는 말을 풍속이라고 한다. 그런데 궁금한 점은 그것을 왜 風俗이라고 했느냐 하는 것이다. 풍속은 ‘바람 풍’과 ‘풍속 속’이 합한 글자다. 바람은 잘 알다시피 금방 왔다 금방 사라지는 것인데, 유구한 세월을 두고 형성된 습관에 사용한다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은가?

風에는 단순한 ‘바람’만 있는 게 아니다. ‘바람을 쐬다’는 의미도 있는데, 바람을 많이 쐰다는 것은 곧 많은 경험과 경륜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기 때문에 그것은 ‘관습’이나 ‘습속’, ‘지식’과 ‘경륜’을 의미하기도 한다. 風이란 글자를 보면 凡‘무릇 범, 모두 범)과 虫(벌레 충)이 합한 상태다. 凡은 二와 及이 합한 글자인데, 무엇인가 천지에 미친다는 의미이므로 천지간의 만물을 포괄한다는 뜻으로 ’모두, 다‘라는 뜻을 내포한다. 虫은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모습을 본뜬 글자다. 그런데 虫은 中이 一을 위로 치켜서 나타난(丶) 상태를 가리킨다고도 볼 수 있으니, 이는 곧 동남방의 辰巳之間을 가리킨다. 진사지간은 예부터 ’巽方‘이라 하여 천지의 중앙이요, 그 곳에서 후천의 정월인 酉가 西방으로 넘어 와 一이라는 정월을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다(아마 이런 말은 처음 들어보는 분이 대다수일 것이다). 二와 及이 합한 凡도 그런 식으로 보면 같은 맥락이다.

또한 風은 하늘의 커다란 보자기(冂 허공), 혹은 乙이 크게 丿하는 중에 虫이 살아서 꿈틀대는(丿) 형국이기도 하다. 이것은 허공에는 눈에 안 보이는 무수한 벌레들이 살아서 꿈틀거린다는 얘기가 되는데, 그런 상태를 가리켜 바람이라고 한다. 이런 걸 보면 우리 조상들은 이미 바람 속에 무수한 벌레가 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듯하다. 그래서 이리 저리 씨를 뿌리는 걸 두고 ‘바람을 피우다’고 한 건 아닐까?

俗은 人의 谷을 가리킨다. 谷은 샘물이 솟아나 산과 산 사이를 지나 바다에 흘러들기까지의 사이, 즉 ‘골짜기’를 가리킨다. 거기에 人이 붙었으니 ‘사람의 골짜기’가 되는데, 이는 곧 ‘사람이 오랫동안 지내면서 터득한 것들’을 가리키므로 ‘풍속’이라고 한다. 풍속과 비슷한 것으로 풍습이 있다. 풍습의 習(익힐 습)은 날개를 가리키는 羽와 白이 합한 글자다. 白은 본래 ‘코(鼻)’를 가리키는 문자다. 새가 깃을 거듭하여 날개 짓을(羽) 하면서 비상하기 위한 몸짓을 하다 보면 코에 하얀(白) 숨결이 서리는 걸 나타내는 게 習이다. 이처럼 각고의 노력을 통하여 몸에 배도록 익힌다고 하여 ‘익힐 습’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풍속은 <옛날부터 그 사회에 전해 오는 생활 전반에 걸친 습관 따위를 이르는 말>이 되며, 풍습은 <풍속과 습관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미풍양속을 남기는 것도 후손에게 복을 짓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