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慧(지혜)와 知識(지식)
사랑과 지혜는 사람이 갖춰야할 음양이다. 지혜는 머리에서 나오고, 사랑은 가슴에서 나온다. 머리는 하늘이요, 가슴은 땅이다. 그러므로 지혜는 양이요, 사랑은 음이다. 둘 다 필수적인 것이지만 본래 양보다 음이 더 부드러운 것이므로 세상에서는 지혜보다 사랑을 더 選好(선호)한다.
하지만 하늘이 어두우면 땅도 어둡고, 하늘이 밝아야 땅도 밝아진다. 땅이 어둡다고 하여 하늘이 어두워지는 건 아니다. 즉 사람을 한다고 하여 지혜로워 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혜를 얻으면 다 따스한 사랑을 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지혜는 태양이요, 사랑은 달이다. 태양은 스스로 빛을 내지만 사랑은 스스로 빛을 발하지 못한다. 사랑은 반드시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사랑은 자칫 이기적인 감정으로 변질되기 십상이다. 지혜(진리)와 사랑! 이 두 가지는 불가분의 관계이며, 둘이 합한 상태라야 비로소 영원하다.
知(알 지)는 矢(화살 시)가 4방(□)을 두루두루 관통한 상태다. 矢는 人大口이니 사람의 입을 크게 한다는 뜻이 들어 있다. 사람의 입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크고 바른 말씀을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화살처럼 과녁을 잘 的中(적중)해야 한다. 的中이란 말은 본래 화살이 과녁을 명중시킨 상태에서 나왔다.
지혜는 知慧와 智慧 두 가지로 표기한다. 그러나 굳이 우열을 가린다면 智慧라고 하는 것이 더 옳다. 왜냐하면 知慧는 지식에 더 가깝고, 智慧는 슬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知慧는 깨달음을 가리키고, 智慧는 그 깨달음을 활용하여 스스로 태양처럼 광채를 발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어느 것이건 慧를 바탕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慧는 ‘슬기로울 혜, 밝을 혜)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 모양을 보면 두 개의 丰(예쁠 봉, 풀이 무성한 봉)과 彐(고슴도치 계, 튼 가로왈 계)와 心을 합한 글자다. 丰은 生에서 밑으로 그은 丨을 더 길게 내려 그은 모양인데 이는 곧 풀이 나와 깊게 그 뿌리를 박은 상태다. 그것이 좌우 두 개가 있으니 곧 무성하게 자라나 예뻐진 모양을 가리킨다. 彐는 曰(가로 왈)의 왼편을 터 버린 모습인데, 왼편은 태양이 솟는 동방이다. 즉 마음에서 知가 곱고 무성하게 자라서 마침내 태양처럼 세상의 어둠을 뚫고 말문을 터 버린 상태가 慧다. 慧는 彗(비 혜, 살별 혜)와 心을 합한 글자인데, 오물을 쓸어버리는 빗자루를 가리킨다. 그것이 心과 합하면 마음에 있는 오물을 전부 쓸어버리고 동방의 태양처럼 솟아나는 슬기로운 말씀을 전달한다는 뜻이 들어 있다.
이에 비해 知識(지식)의 識은 言과 시( )가 합한 글자다. 音과 戈가 합하였으니 소리를 듣고 무언가를 창으로 찌르는 모습이다. 즉 진리의 말씀을 듣고 그것으로 선악이나 명암, 장단, 전후 사정을 분별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지혜나 지식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차이가 있으니, 지혜는 진리의 말씀으로 어두운 것이나 그릇 된 것을 모두 깨끗하게 청소하여 밝게 비치는 상태라면, 지식은 眞僞(진위)를 분간하는 말씀을 가리킨다.
지식을 달이라고 한다면 지혜는 태양이다. 달이 태양 볕을 반사하여 빛을 내는 것처럼, 지식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지혜를 세상에 반사하는 학식이나 견문, 식견 등을 가리킨다. 지식인은 많아도 지혜자는 드문 것이 동서고금의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