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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春)

영부, 精山 2011. 5. 3. 07:52

봄(春)

 

때는 화창한 봄이다. 봄이란 말은 겨우내 어두운 땅속에 묻혀 있던 생물들이 비로소 눈을 크게 뜨고 밝은 세상을 ‘보다’는 데서 나왔다. 그러기 때문에 봄의 색을 ‘푸르다’고 한 것은 이미 말한 바 있다. 푸르다는 어둠과 추위에서 ‘풀리다’와 상통하기 때문이다. 봄은 꽃이 피어나는 계절이다. 꽃을 花라고 하는데 풀을 가리키는 艹(풀 초)와 化(될 화)가 합하여 생긴 글자다. 化는 人이 수저(匕, 혹은 비수)를 지니고 있어야 만사가 잘 된다는 뜻에서 나온 글자라고도 볼 수 있고, 윗사람이 덕으로 모든 일을 되게 한다는 데서 나온 글자라고도 본다. 거기에 풀을 가리키는 艹가 위에 붙어서 花가 되면 ‘풀이 잘 된 상태’이니 이는 곧 풀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어난 상태를 가리킨다. 풀이라는 용어도 실은 어두운 겨울에서 ‘풀린’ 상태를 가리킨다.

이처럼 봄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는데 봄을 가리키는 春을 살피면 봄의 의미가 더욱 선명해진다. 春은 艹와 屯(진칠 둔)과 日을 합한 글자다. 屯은 一과 屮이 합한 글자이니 이는 곧 대지(一)를 뚫고 싹이 움트려고 애쓰는 모습을 가리키는 글자로서 ‘어려울 준’이라고도 한다. 즉 春에는 두터운 흙을 뚫고 올라오려는 풀이 햇볕을 받아 비로소 싹이 올라오려고(屯)하는 모양을 가리킨다. 이것이 바로 봄의 모습이다.

만물이 밝은 볕을 보기 위해서는 길고 긴 겨울의 어둠과 추위를 이겨내야 한다. 봄은 승리자만이 누리는 대자연의 선물이다. 죽은 자에게는 빛이 없다. 오직 살아 있는 자에게 빛은 밝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