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砂
해마다 봄이 오면 중국에서 황사가 불어온다. 그 먼 곳에서 바람에 실려 무임승차로 여행을 하는 황사의 입장은 좋을지 모르겠으나 사람들은 괴롭다. 예전에도 물론 황사는 있었으나 해가 갈수록 심해진다. 그 원인은 해마다 여의도보다 더 큰 면적이 사막으로 변해가기 때문이다. 중국은 광활한 대륙인지라 오행으로 보면 土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니 비교적 물이 적다. 土克水라는 상극의 원리를 들지 않더라도 흙이 많으면 자연히 물이 적어지게 마련이다. 중국에서 좋은 물을 마시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사막을 살리기 위해서는 木克土의 원리대로 나무를 많이 심어야 한다. 하긴 물이 있어야 나무를 심지. 황하나 양자강의 물을 끌어들이는 수로공사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거대한 사막화를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
黃은 ‘누를 황’이다. 천자문 첫 문장이 ‘天地玄黃’이라고 나와 있으니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고 풀이한다. 하늘은 사실 검은 색이라기보다는 푸른색이라고 해야 하는데 이때의 玄은 ‘검은 색’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깊고 그윽한 상태’를 가리킨다. 亠(머리 두)와 幺(작을 요)가 합한 게 玄이라는 것만 보아도 그런 사정을 알게 마련이다. 땅을 黃이라고 한 것은 田, 卄, 火가 합한 글자다. 밭(田)은 밭인데 火가 섞인 밭이라는 말이니, 이는 곧 온기가 서린 흙을 가리킨다. 온기가 강하면 붉은 색이 되고, 알맞게 식으면 누런색이 된다. 뜨거워도 생물이 살 수 없고, 차가워도 생물은 살 수 없다. 적당한 온기를 지녀야 하는데 그것은 황색으로 나타난다. 卄은 ‘스물 입‘이라는 글자인데, 두 개의 十을 하나로 묶은 상태다. 20은 土가 4방에 펼쳐진 상태인데, 土는 숫자로 5가 된다.
砂는 ‘모래 사’라고 하는데, 沙도 역시 ‘모래 사’다. 같은 모래를 가리키는 말인데 왜 글자는 달리 쓸까? 이걸 제대로 알면 중국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黃沙라고 쓰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반드시 黃砂라고 해야 한다. 왜 그런가 하면 砂 는 돌(石)이 잘게 부수어진 모래를 가리키며, 沙는 강가나 바닷가 등 물(氵)에 있는 모래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고달픈 사막도 沙漠이 있고, 砂漠이 다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