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地域主義)
과학벨트를 대전 대덕지구 내에 건설하기로 최종 결정을 보았다고 하여 전국이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다. 영, 호남 지역의 국회의원과 시장들은 삭발을 하고 단식을 하면서 사생결단을 내겠다고 한다. 지역민들도 대규모 규탄대회를 열고 총선에서 표로 심판하겠다고 한다.
그간 세종시 문제로 상처를 받았던 충청권은 원래 대선 공약대로 하자고 한 것이니 당연한 결론이라고 오랜 만에 맛본 승리감에 취해 있다. 하긴 대통령부터 세종시는 원안대로 건설하겠다고 철석같이 공약해 놓고, 그건 표를 얻기 위한 술책이었다고 자신의 입으로 뒤엎어 버렸으니 어찌 국민들의 신임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모든 걸 경제적인 논리와 정치적인 논리로 잔꾀를 부린 대가를 지금 그대로 당하고 있으니 이를 가리켜 自繩自縛(자승자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과학벨트의 조성은 정략적으로 풀 것이 아니라, 과학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거늘, 우리 사회는 언제나 지역적인 이기주의에서 벗어날까?
地域이라는 문자는 땅을 가리키는 地와 경계나 구역을 가리키는 域으로 이루어졌다. 地를 예전에는 山水土를 위에서부터 차례로 묶어 하나의 문자로 사용했다. 즉 땅에는 흙 위에는 산과 물이 있으니 이를 가리켜 땅이라고 한다는 식으로 썼던 것이다. 지금의 也는 이처럼 山水를 하나로 이어준다는 뜻이 있으니 ‘잇기 야’라고 하였다. 대부분의 자전을 보면 也를 ‘여성의 음부’를 본뜬 문자, 혹은 ‘주전자’를 본뜬 문자라고 한다. 하지만 地에는 土, 즉 十무극과 一태극을 한데 이어주는 곳이라는 의미가 있다. 域은 사방이 둘러싸인(口) 땅(一)을 戈(창 과)을 들고 지키는 곳(土)이라는 뜻에서 나왔으니 ‘나라의 지경’이라는 말로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