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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레와 雨雷

영부, 精山 2011. 6. 2. 06:27

우레와 雨雷

 

6월 1일 새벽은 요란한 천둥과 번개로 시작을 했다. 비가 별로 많이 내린 건 아니었으나 창문에서 번쩍이는 번개는 잠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예로부터 서양에서는 번개를 가리켜 신의 사자라고 하였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대자연의 위력 앞에서는 인간을 초월한 거대한 신의 능력을 믿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터넷 상에 ‘천둥과 번개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들이 제법 올라온 걸 본 적이 있다. 물론 그 정도는 다 알고 있겠지만, 정말로 그 차이를 모르고 있는 분들도 상당수 있었다. 천둥은 소리요, 번개는 빛이다. 그러니 번개가 천둥보다 더 빠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빠른 개는 번개라는 우스갯 소리도 나왔다.

 

천둥과 우레는 어떻게 다를까? 사실 그 둘은 같은 것이다. 천둥은 天動에서 온 것인데 하늘이 크게 움직이면서 나오는 소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우레를 한자로 雨雷라고도 쓰는데, 사전에는 잘못 된 말이라고 나온다.

 

우레는 ‘울다’라는 말에 ‘~에’를 붙여서 만든 우리말인데, 하늘이 울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순 우리말로 쓰는 것이 표준어에 맞는다고 하여 개정한 것이 현재의 표준어다.

 

하지만 그것이 옳은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왜냐하면 雨雷의 雷는 ‘우레 뢰’이기 때문이다. 한자를 전부 우리말로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실 한자도 우리 동이족이 만든 건데 자꾸만 그런 소리들을 하고 있으니 갑갑한 노릇이다.

 

雷는 雨와 田을 합하였다. 田은 경계선을 가리키는 口와 사방으로 통하는 十을 합한 글자다. 즉 사방에 널려 있는 자신의 밭의 경계선을 가리킨다. 그것이 雨와 함께 쓰이면 빗물 속에 들어 있는 기운이 모인 커다란 틀을 가리키는데 그것이 바로 천둥과 번개의 근원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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