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학교 출신으로 명문대학인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에 진학하는 정다흰양이 게임 프로그램 짜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시골 학교를 선택해 좋아하는 과목에 푹 빠져 공부한 게 미국 명문대 합격의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9월 미국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학(University of Washington) 전산학과에 입학하는 정다흰(19)양. 어학코스를 위해 13일 출국하는 정양은 "서울서 학교를 다녔더라면 학교·학원만 맴돌았을 것"이라며 "처음엔 농촌고교 진학을 망설였지만 꿈을 쫓아 간 게 좋은 결실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대학은 세계 55위권의 대학이다(서울대는 50위).
정양은 지난 2월 IT특성화 학교인 한국게임고를 졸업했다. 게임고는 전주에서 1시간 걸리는 전북 완주군 운주면의 산골동네에 있다. 서울 면목동에서 초·중학교를 다녔지만 게임고 교장인 아버지(정광호)를 따라 이 학교에 진학했다.
정양은 최근 삼성 바다폰을 통해 서비스를 시작한 '전주비빔밥'이라는 스마트폰 게임의 개발자이다. 콩나물·당근·호박 등 채소와 나물을 썰고 다듬은 뒤 밥·고추장을 얹어 비비는 과정을 제한된 시간에 수행하는 게임이다. 음식 만들기 체험을 하면서 비빔밥의 역사·종류 등을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도록 꾸몄다.
지난해에는 친구들과 함께 '네일팝' 게임을 만들어 상명대의 게임공모전에서 금상(기획)을 받기도 했다. 창업을 희망하는 여성들이 손톱을 꾸미는 네일아트를 배우면서 인테리어·물품 관리 등 경영도 함께 익힐 수 있다. 게임프로그래밍전문가·정보처리기능사 등 자격증을 따고, 정보올림피아드대회에서 동상·장려상도 받았다.
정양 주변엔 학원 하나 없지만 게임고에는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게임 개발자·프로그래머 등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전국에서 찾아온다.
학생들은 오후 4~5시까지는 국·영·수 등 일반과목을 배우고, 이후에는 게임 제작·기획·그래픽·음악 등을 공부한다. 이들은 졸업 때까지 평균 3~5개 게임을 만든다. 대부분 수시전형으로 IT관련 학과에 들어가며, 해외대학에도 매년 3~5명씩 진학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 받는다.
정양은 "더 넓은 세상에 나가 실력과 경험을 쌓아 스티브 잡스처럼 창의적 CEO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