告祀
다음 주 월요일(27일) 오후 네 시부터 박경하 원우님 댁에서 고사가 있단다. 기아 오토큐 화곡 서부점을 이번에 새롭게 단장하여 새로운 마음과 기분으로 산뜻하게 출발하고 싶은 의미인 듯하다. 그간 많은 번영과 발전이 있었지만, 그보다 더한 좋은 일들이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告祀는 예부터 우리민족의 미풍양속으로 내려오는 전통적인 문화다. 돌아가신 분에 대한 예의인 제사와 더불어 고사는 중요한 의식으로 자리매김했다. 고사는 <음식을 차려 놓고 액운(厄運)이 없어지고 길운(吉運)이 오기를 신령에게 비는 제사>를 가리킨다. 박경하 원우님의 경우는 터줏대감이란 신령에게 드리는 고사다. 우리민족은 모든 것에는 다 신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터에도 신령이 있어서 그 신의 노여움을 사서는 안 된다고 믿었다. 그것을 어떻게 보면 미신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 달리 보면 매우 지혜로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누군가 자신을 관찰하는 존재가 있다고 믿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관찰하는 존재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신령한 존재라면 누구나 그 앞에서 언행을 삼가게 될 것이 아닌가?
여기서 신령의 존재를 언급하는 건 적절치 못한 일이므로 생략하기로 하겠지만, 종교의 신앙형태와 본질적으로 다를 것은 없다. 또 그런 기회를 통하여 평소 알고 지내던 분들과 정을 나누기도 하고, 친목을 도모할 수 있으니 그 또한 의미 있는 일이다.
고사의 告는 ‘고할 고’이고, 祀는 '제사 사‘다. 즉 ’제사를 고하다‘는 뜻이 들어 있다. 告는 牛(소 우)와 口를 합한 글자다. 예전에는 날카로운 소의 뿔에 사람이 다칠 까봐 조그만 나무를 달아 놓아 널리 위험을 알리던 데서 ’아뢸 고, 고할 고‘라는 뜻이 생겼다. 祀는 示와 巳를 합한 글자인데, 巳는 어린 아이나 여린 불(二火)을 가리킨다. 예전에는 어린이들의 목숨이 단명하였으므로 그 아기들을 앞에 모셔 놓고 신에게 고사를 지냈던 데서 나온 글자다.
이왕 고사를 지낸다고 하니 간략하게 도움이 될 만한 글들을 추려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고사는 고사 상에 차려진 제물도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神)에게 기원하는 것이므로 정성스런 마음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고사 지내기 전에 번거로운 일이지만 목욕재계를 하시고 만일 그렇지 못한 경우는 반드시 손을 씻고 입안은 물로 헹궈 정갈하게 해야 합니다. 신은 입을 통해서 출입을 하기 때문입니다. 즉 음식물을 통해서 신은 출입을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독한 마음을 품고 요리를 하면 그 음식을 먹는 사람에게 탈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진정한 마음속에서 우러나서 본인의 뜻을 표한다면 신(神)은 그에 대한 뜻을 읽고 액운(厄運)을 없애주고 부(富)와 행운이 올 수 있도록 대가를 치루어 주실 것입니다. 대충 얼렁뚱땅, 예를 갖추지 못하는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면 차라리 안 한 것보다 못할 수가 있으니 지극 정성하는 마음이 필요 합니다.
고사는 신(神)에게 고하는 뜻도 있지만 이차적으로 가정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 준다는 데 있습니다. 고사 지내는 날 만큼은 마음을 정결히 하시고 고사에 임하셔야 하고 이 날은 험한 일에 관여 하지도 말며 주변에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인 행위 등은 일절 삼가야합니다.
준비제물은 막걸리나 청주, 돼지머리(돼지머리는 웃는 모습이 좋습니다 특히 이마나 머리등에 상처가 있는 것은 사용하지 마십시오. 팥시루 떡을 준비하시고 과일로는 사과. 배가 적당합니다. 될 수 있으면 홀수로 구입을 하는데, 지금 시대는 짝수로 해도 무방합니다. 포는 북어 1개면 됩니다. 나물은 삼색(三色)으로 준비하시는데 시금치. 도라지. 콩나물. 고사리 중에서 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조기를 올리신다면 서쪽에(왼쪽)에 놓습니다. 맑은 정화수 물을 깨끗한 그릇에 담아 올립니다. 향이 필요하고 양초를 양 옆에 켜 두는데, 대낮이라면 굳이 사용치 않아도 됩니다. 실타래(오색실)를 준비해서 북어에 실타래를 말아 시루떡위에 얹어 놓습니다. 고사지내는 방향은 북쪽이 제일 좋습니다. 그러나 장소에 따라 굳이 관여치 않아도 됩니다.
우선 제주가 먼저 술잔에 술을 붓고 절을 3배하는데. 절은 산사람에겐 1배, 돌아가신 분에게는 2배, 신(神)에게는 3배를 하는 법이니, 3배를 올립니다. 술잔을 비우며 식구(동료)들이 돌아가면서 절을 하시면 되겠습니다. 돼지머리나 주둥이에 지폐를 물려주는데 좋은 소식과 기쁜 소식, 좋은 말씀을 듣게 해달라고 귀에 꽂는 것이며, 사악한 것을 보지 않고 좋은 것을 보게 해 달라고 눈에 꽂는 것이고, 좋은 사람의 향기를 맡게 해달라고 코에도 꽂아줍니다. 돼지머리에 꽂아 둔 지폐는 고사 후 이웃을 위해 보시하는 곳에 사용하시면 좋습니다. 고사 상에 술과 음식들은 복을 마신다 해서 음복(飮福)이라합니다. 이것도 제일먼저 제주가 음복하시는 게 순서입니다. 시루떡은 고사가 끝날 때까지 칼로 대서는 안 됩니다. 고사가 끝나면 가로-세로로 3등분 하여 9조각으로 나누게 되는데 정중앙의 떡은 사무실(영업장소)의 금고가 있는 곳 쪽에 임시로 놓아두는 게 좋습니다. 앞에서 실타래에 둘둘 말아놓았던 북어는 입속에 지폐를 말아 넣어 적당한 곳에 매달아(꼽아) 놓으시면 됩니다. 실타래는 길이 만큼 신령님으로 부터 복을 받는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고사가 끝난 후에는 술과 음식을 나누는 축제분위기로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고사를 드리는 순서는 다음과 같이 하면 될 것입니다.
1. 개회선언(좌우 집사 선정 및 고사준비상태를 점검한 후)
2. 奉水燈燭焚香(봉수등촉분향 : 청수를 모시고 뚜껑을 열고 초와 향에 불을 붙임. 여성의 몫)
3. 告祝(고축 : 제주가 신령님께 비는 내용을 붓으로 써서 별도로 준비할 것, 고사가 끝난 후 반드시 소축 해야 함)
4. 初獻(초헌 : 연장자 몇 분 정도)
* 이 사이에 제주의 인사말씀과 來賓(내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5. 亞獻(아헌 : 아녀자 몇 분 정도)
6. 終獻(종헌 : 나머지 모든 분)
7. 폐회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