苛斂誅求
조세를 가혹하게 징수하여 백성을 못살게 구는 일
예전에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게 세금이라고 했다. 지금은 그래도 비교적 풍부한 경제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예전 한국인은 매우 가난했다. 거기에 전쟁이라도 벌어지면 그야말로 죽지 못해 사는 날이 많았다. 그 위에 세금까지 내려면 삶을 포기하고 싶은 경우가 많았으리라.
나라가 망하려면 돈으로 벼슬을 사고파는 賣官賣職(매관매직)이 성행한다. 요즘 말로 하면 프리미엄을 얹어서 사고팔다 보니 부정한 돈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애꿎은 백성들을 닦달하는 일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온 말이 苛斂誅求(가렴주구)다.
苛는 ‘매울 가’이고 斂은 ‘거둘 렴’이니 가렴은 곧 ‘매섭게 거두어들이다’는 말이다. 苛는 艹(풀 초)와 도끼자루를 뜻하는 可가 합한 글자다. 즉 도끼로 힘차게 내려찍는다는 말이다. 斂은 僉(다 첨)과 攵(칠 복)을 합하였으니, 모두 다 두들겨서 거두어들인다는 말이다. 즉 가렴은 도끼자루로 찍어내듯이 모든 걸 다 쳐서 거두어들임을 의미한다. 誅(벨 주)는 言과 朱(붉을 주)가 합한 글자이니 ‘붉은 말’을 가리킨다. 붉은 말은 곧 모든 것을 밝게 드러내는 말씀을 가리키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날카롭게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고 벌을 주게 되었다. 그래서 誅는 주로 죄인들에게 벌을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즉, 가렴주구는 백성을 마치 무슨 죄인 취급을 하면서 혹독하게 세금을 거두어들인다는 말이다. 그런 관리도 문제이겠지만, 세금을 안 내기 위해서 갖은 편법을 악용하는 얌체족들도 있으니 세상은 瑤池鏡(요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