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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華內貧

영부, 精山 2011. 7. 29. 08:06

 

外華內貧

 

하늘이 펑크 난 걸까? 도대체 끝날 것 같지 않은 물 폭탄이 떨어지고 있다. 세상이 얼마나 더럽기에 그토록 씻어야 할 게 많이 있다는 뜻인가? 인명과 재산에 피해를 입는 인간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런 원망의 소리가 나오겠지만, 천지가 하는 일에는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면 堆積(퇴적)해 있던 강바닥의 오염물질들이 뒤집혀 청소가 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천지도 살아 있는 거대한 생명체라는 사실이다. 인류가 하도 바다 속에 있는 석유를 파먹으니까 지진과 해일 같은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것은 아닐까? 지구를 인체로 비유하면 석유는 홀몬과 같다. 홀몬은 적절히 배설해야 하는 법이다. 과도한 홀몬의 배설은 반드시 중풍과 같은 심각한 질환을 야기한다. 그런 면에서 이제 인류는 석유산업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대체에너지의 개벌은 그런 단면을 보여준다.

 

천지가 하는 일을 인간이 막을 수는 없다. 아니 막아서도 안 된다. 다만 인간은 미리 방비하는 슬기를 지녀야 한다. 중병이 든 이후에 고치려고 하는 건 이미 늦다. 그전에 미리 예방을 하는 게 훨씬 더 현명하며 효율적인 일이다. 수도인 광화문이 수상도시로 변할 정도로 물바다가 되는 것은,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행정의 무능력 때문이다. 사대강 사업이나 한강 르네상스에 들이는 돈의 1/100만 들였어도 이번과 같은 끔찍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청계천을 온통 시멘트로 뒤덮고, 광화문을 빗물을 흡수하지 못하는 고급 화강석으로 치장하였으니 빗물이 빠질 구멍이 없다. 겉을 아름답게 꾸미려고 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시급한 일이 낡은 하수관을 교체하고, 빗물이 잘 빠지도록 한강과 연결시키는 일이 아니었던가? 서울시의 변명을 들어보면 지금 현재 그런 사업을 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편성해 놓았는데, 갑자기 물 폭탄을 맞은 것이라고 한다. 허허! 한강 르네상스를 한답시고 예산을 그쪽으로 끌어당기지만 않았어도 이미 그런 정도는 달성하고도 남을 정도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 아닌가?

 

이런 것을 가리켜 외화내빈(外華內貧)이라고 한다. 겉모습만 치장하고 속은 텅 빈 상태! 그것은 다분히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외화의 華는 ‘꽃 화, 치장할 화’라고 하는데, 꽃모양을 본 따서 만든 글자다. 내빈의 貧은 ‘가난할 비’라고 하는데, 分밑에 貝(조개 패)를 합하여 만든 글자다. 조개는 예부터 화폐를 상징하는 것이요, 그것을 八 등분으로 나눈 것(刀)이 貧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