財物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회장이 사재 5,000억 원을 내놓아 사회공헌문화재단에 증여했다. 아직 그 절반인 2,500억만 내놓았는데, 증여세법 탓에 불가피한 조치라고 한다. 지난 16일에는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주도로 현대중공업, 현대해상, 현대백화점 등이 5,000억원을 기부한 바 있다. 정몽구 회장의 이번 기부는 지난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에 연루되자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책임으로 2,013년까지 8,400억 원을 기부하겠다는 약속의 절반 이상을 지킨 셈이다.
이렇게 되니 삼성 이건희 회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2,008년 삼성 특검 수사에서 세금과 벌금, 과태료 등을 제외한 차명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아직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적어도 연내에 이건희 회장이 1조원 이상의 기부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재벌들의 부도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처럼 그들이 사회에 기부를 하겠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들이 번 돈은 물론 그들의 정성과 노력으로 얻은 것도 있겠지만, 그들과 함께 일한 많은 사람들의 덕분일 것이다. 마땅히 사회로 환원하는 일이 잦아야 한다.
예로부터 ‘부자는 하늘이 낸다’고 하는 말이 있다. 하긴 그렇게 말하자면 누구는 하늘이 내지 않았던가? 여하튼 재물은 벌기도 힘들지만 잘 쓰는 게 더 힘들다. 모쪼록 이번 일을 기회로 하여 이 땅에서도 존경 받는 재벌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재물의 財는 ‘재물 재’라고 하는데, 재물을 가리키는 貝(패)와 재주를 가리키는 才가 합한 글자다. 才는 본래 초목이 움트는 시초를 나타낸다고 하여 ‘처음’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초목이 움트는 것과 비슷하게 사람이 태어난 처음에는 온갖 가능성을 갖추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해서 ‘재주’라는 뜻으로 나중에 쓰게 되었다.
物은 ‘만물 물, 무리 물, 종류 물’이라고 하는데, 소를 가리키는 牛와 ‘금지’를 가리키는 勿(말 물)을 합한 글자다. 즉 소 앞에서는 어떤 만물이든지 명함을 내밀지 말라는 뜻이다. 소는 밭을 갈아서 온갖 곡식을 만들어내는 일꾼이기 때문이다. 선천에서는 하늘을 가리키는 말(건괘)이 주인공이었으나, 후천에는 땅을 가리키는 소(곤괘)가 주인공이다. 이제는 소처럼 덕을 베푸는 재력가들이 등장해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