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은 밤 '안철수와 박경철 2편'이 방송됐습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시청했습니다. 방송 후 소리없는 감동의 물결이 쓸고 지나갔습니다. 이번 방송은 지난 1월 MBC 스페셜 '신년특집 안철수와 박경철'에 이어 방송되는 것이었지요. 당시 방송이 끝나자 시청자 게시판에는 감동이라면서 한번 더 방송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친 바 있었습니다.
그러한 시청자들의 열망이 학생들의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다시 이루어진 것입니다. 안철수와 박경철은 진정한 국민멘토였습니다. 주옥같은 한 마디 한 마디가 감동과 존경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은 물론 청년들과 어른들에게도 큰 울림과 자극을 주는 희망의 메시지였습니다. 어렵고 힘든 세상에 지친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정신과 용기를 심어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안철수가 누구인가요. 서울대 의대 박사였고 최연소인 27세 나이에 의대 학과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었습니다. 게다가 의대 대학원생 시절에 최초의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백신 V3를 개발한 프로그래머이기도 했습니다. 더 나아가, 안철수는 잘 나가던 의사를 그만 두고 현재 우리나라 최고의 소프트웨어기업이자 보안회사인 안철수연구소의 창업자가 되었지요. 안철수연구소는 올해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사상 최대인 1천억원 이상 매출액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끊임없는 도전정신, 우리 시대의 멘토이자 롤모델이 되다
또한 안철수는 바쁜 CEO 시절에 '영혼이 있는 승부' 등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안철수연구소가 최고의 실적을 거두던 2005년, 창립 10주년 즈음에 CEO를 스스로 사임하고 미국 와튼스쿨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그것도 일반 학생처럼 시험을 치러 합격해 입학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미 의대 박사였고 테크노MBA 등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당시 경영MBA를 받았고 이로써 안철수는 무려 27년간 공부한 학생 신분이었습니다.
미국 유학 후 2008년, 한국으로 돌아온 안철수는 카이스트 석좌교수가 되어 대학생들에게 기업가정신을 가르쳤습니다. 올해 6월에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우리나라의 미래 과학기술과 융합산업 신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또 다른 도전에 나섰습니다. 한편으로는 젊은이들에게 도전정신과 희망을 불어넣는 지방 순회강연 '희망콘서트'도 시간 기부라는 개념으로 꾸준히 실시하고 있습니다. 안철수의 인생은 그야말로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입니다.
이번 방송에서는 김제동의 내래이션부터 생동감이 있고 친근감이 넘쳤습니다. 지난 1월 처음 함께 만났던 김제동은 안철수와 박경철을 형님으로 삼게 됐다고 합니다. 큰형은 안철수, 작은형은 박경철인 것이지요. 누나만 있던 김제동에게 똑똑한 형이 둘이나 생긴 셈입니다. 그래서 김제동은 두 형님을 다시 만나 몹시 반가운 눈치였습니다. 세 형제는 희망콘서트 강연에도 간혹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안철수와 박경철은 겉모습은 서로 다르지만 닮은 점이 많습니다. 의대 출신인데 다른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안철수는 의사에서 경영자가 됐고 박경철은 의사에서 주식 고수가 된 인물이었습니다. 둘 다 IT와 경제에도 해박한 지식이 있습니다. 의식도 사회 전체를 먼저 생각하는 정의감과 사명감이 남달랐습니다. 안정된 생활이 보장된 의사가 아닌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정신도 닮아 있습니다.
이들이 방송을 통해 찾아간 곳도 의미가 컸습니다. 경남 산청, 공기 맑고 물 좋기로 이름난 시골 마을에 위치한 지리산고등학교였습니다. 이 곳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꿈을 포기하는 학생들에게 전액 무료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특별한 학교입니다. 인성과 공부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는 이 학교는 전교생이 100여 명 남짓한 작은 학교지만 해마다 우수한 학생과 성과를 거둬 화제가 되고 잇지요. 기숙사 생활로 부모님과도 떨어져 지내며 사교육은 꿈도 못꾸는 학생들이지만 꿈이 넘치는 곳입니다.
지리산고등학교는 일반적인 주입식 교육의 학교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빨래도 하고 마을 독거노인을 방문해 일도 도와주었습니다. 주위 이웃도 돌아보는 전인교육의 산실인 것이지요. 안철수와 박경철 그리고 김제동의 방문에 학생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적극적으로 무엇인가 배우고자 하는 열정과 꿈이 느껴지더군요. 우리나라 미래의 꿈이 영그는 곳 같았습니다.
학생들 질문에 대한 안철수의 답변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안철수는 의대 박사 논문을 쓰던 시절에도 국민들을 위해 매일 새벽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몰두했습니다. 낮에는 의대 공부, 새벽 3시부터 6시까지는 백신을 개발해 무료로 보급했던 것이지요. 그것도 무려 7년 동안이나 그랬습니다. 안철수는 "시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다. 시간은 만들면 만들어진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신념과 의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요.
항상 깨어있는 시대정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생각하다
인재상에 대한 답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안철수는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 인재 한 명이 만명의 먹거리는 만든다는 것에 빠진 것이 있다. 만명의 먹거리를 독식하고 남은 것까지 빼앗아 가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아무런 도움도 안된다. 기업의 목적은 수익창출이 아니라 열심히 일한 결과다. 수익창출만 생각하면 수단방법이 정당화될 수 있다. 가령 불량식품을 만드는 자는 사회 전체로 보면 암적인 존재이고 범죄자다. 진정한 인재는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다"고 말했습니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재벌 대기업의 천민자본주의 행태에 대한 따금한 일침으로 생각됐습니다.
지리산고등학교 방문 후 안철수 일행이 들른 사회적 기업 '유기농 비빔밥' 식당도 놀랍더군요. 밥값은 누구나 형편에 따라 자유로왔습니다. 돈이 없으면 무료로 먹을 수 있고 돈이 많으면 통크게 내도 됐습니다. 식당에서 안철수와 박경철이 지하철에서 할아버지에게 막말을 했던 청년에 대한 동영상 이야기도 우리 사회에 대한 반성을 하게 했습니다. 이기적인 사회가 아니라 보다 배려하는 사회가 소중하고 불의에 대한 침묵이 아니라 정의가 살아숨쉬어야 한다는 메시지같았습니다.
아버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안철수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없는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나이 50이 넘어 전문의 시험에 도전해 합격했습니다. 부산 판자촌에서 의사를 하며 가난한 서민들에게 진료비를 절반 가격으로 해주었습니다. 안철수가 나이 40 중반에 와튼스쿨로 공부하러 떠난 것도 아버지의 행동이 잠재의식 속에서 영향을 미쳤던 것이지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실감나는 사례였습니다. 한편 안철수 부인도 나이 40이 넘어 의사를 그만 두고 미국 로스쿨에 들어가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딴 것도 유명한 일화이지요.
역사의식 공감대,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정의를 관통하다
박경철도 아버지에 대한 영향이 컸습니다. 아버지가 할아버지 영정을 앞에 두고 30분간 대화하는 모습이 박경철에게는 놀라운 일이었지요. 아버지가 22세에 돌아가신 후 박경철은 사무실 한 켠에 영정을 두고 대화를 하기도 합니다. 아버지는 건강한 가치관과 더불어 마음 속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김제동은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만 합니다. 김제동이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돌아가셔 기억 속에 없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훌륭하게 성장한 김제동도 정말 멋진 사나이입니다.
그리고 안철수의 메모 습관도 배울 만한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바쁜 일이 있다보면 중요한 일을 못하게 된다고 합니다. 안철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를 했습니다. 메모는 중요한 일을 잊지 않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그의 낡은 등산용 내낭에는 메모가 가득 했습니다. 오래된 습관이지요. 또한 안철수는 딸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한답니다. 자신의 직업이나 배우자 선택도 믿고 맡기는 것이지요. 자녀 교육에 있어 책 읽으라고 하는 것 보다 부모가 먼저 책읽는 모습으로 모범을 보이라는 말도 가슴에 와닿더군요.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대한 역사의식 공감대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안철수는 기득권이 과보호되고 계층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권력층의 부패가 만연하면 나라가 망할 징조라고 했습니다. 로마가 망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역사는 반복되며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지요. 요즘 우리나라 사회를 보면 이런 공멸의 망조가 보이기도 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사회구조적 문제가 크고 양극화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안철수가 지방순회 강연을 하는 이유도 문제인식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보다 나은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로의 진전입니다.
우리 주변의 젊은이들을 돌아볼까요. 대학 졸업장과 우수한 성적, 어학연수, 각종 인턴 경험까지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갖추고 있다는 2011년 대한민국의 청년들입니다. 그러나 빛나는 졸업 후 그들의 미래는 결코 밝지만은 않습니다. 낮은 취업률, 우골탑 시절보다 심화된 등록금 문제 등이 가로놓여 있지요.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청춘들의 탓으로 미루기에는 이미 멀리 와 버린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청춘에게 필요한 것은 함께 아파하고 손을 잡아주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 도전정신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탐진강의 세상 사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