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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話

영부, 精山 2011. 9. 9. 07:45

對話

 

어제는 연세대학교에서 강서리더스아카데미 2기 15강이 시작되었다. 맨날 강의만 하던 입장에서 강의를 듣는 입장이 조금은 낯설었다. 첫날 강사로 나선 분은 교육학과 ‘이성호’교수였다. 그는 메스컴에도 출연할 정도로 지명도가 높은 분이었으며, 1기생들이 가장 선호한 인기 있는 강사였다고 한다. 그는 적절한 유머를 섞어가면서 매우 유익하면서도 알찬 강의를 진행했다. 그가 왜 가장 먼저 강좌를 맡게 되었으며 인기가 있다고 하는지 충분히 수긍(首肯)을 할 수 있었다. 사람의 말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일 수도 있다는 걸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그는 학생들이 자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화의 단절’이라고 하였다. 대화할 줄을 몰라서 스스로 왕따가 되는데, 같은 어려움에 직면해도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고 상담이나 대화를 하는 학생들은 상담이나 대화중에 이미 스스로의 문제와 답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을 그간의 체험으로 알게 되었다고 한다. 교수나 선생들이 하는 일은 그저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일이라고 하였다.

 

거창한 주제는 대화에 적합하지 않고,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이야기를 가지고 적어도 1주일에 하루 정도는 집안 식구들이 모여서 웃고 떠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이나 이야기를 접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큰 효력을 발휘한다고도 하였다.

 

특히 사람에게는 부모의 입장에서 모든 걸 생각하는 경우가 있기에, 가끔은 자녀들이 오히려 부모를 자녀의 입장에서 보려고 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 그것은 부부간에도 마찬가지인데, 그럴 적에는 무조건 상대가 요구하는 대로 자녀의 언행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는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대부분 아이들이나 아내가 조금만 언성을 높이거나 자존심을 자극하는 말을 하면 아버지나 하늘같은 남편의 권위를 내세우기 십상인 한국의 문화에서 ‘자녀처럼’ 한다는 것이 어렵겠다는 생각과 그렇게 하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이 교차하였다.

 

늦게 들어오는 길에 가게에 들러 음료수를 사들고 오늘 배운 대로 당장 집안 식구들과 대화를 시도하였다. 전혀 대화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조금 뜸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반성을 하면서 식구를 불러 모았다. 그리 어색한 분위기가 아닌 것을 보면 그래도 평소에 괜찮게 살았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여간 어제는 모처럼만에 좋은 강의를 들었고, 많은 반성과 성찰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대화의 對는 ‘대답할 대, 짝 대’이며 話는 ‘말할 화, 이야기 화’라고 한다. 즉 서로 마주보면서 말을 주고받는 걸 가리킨다. 흔히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하는데, 그것은 엄밀히 말해서 대화라고 해서는 안 된다. 혼자 일방적으로 하는 말은 대화가 아니라 담화라고 하는 게 낫다. 對는 법도를 가리키는 寸과 자유를 가리키는 글자( )와 口가 합한 상태인데, 입으로 법도에 맞게 자유롭게 응대한다는 뜻에서 ‘대답하다’라는 뜻이 되었다. 話는 言과 舌(혀 설)이 합하였으니, 이는 곧 혀로 말을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대화라는 문자에는 이미 ‘자유롭게 서로 응대하여 말하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