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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 精山 2011. 10. 10. 07:41

 

서오릉과 서삼릉을 다녀왔다. 연세대 역사 교수들의 해설을 곁들여가면서 가을의 정취를 맡아가며 고적을 답사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낭만이다. 자세한 것은 학습기에 올렸지만, 그것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나라가 약해지면 어떻게 되는 가를 잘 알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개인이나 국가나 자신을 지킬 힘이 없으면 업신여김을 받고 급기야는 종노릇을 해야 하는 것이 그간의 역사가 아닌가? 사실, 이웃이 병들거나 어려움에 처하면 서로 돕고 사는 것이 아름다운 일인데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세상은 그토록 짓밟아야 직성이 풀리는 것인지 신기하기만 하다. 그러니 그간의 세상을 ‘짐승보다 못한 문명’이라고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나마 서삼릉이나 서오릉은 그 시대의 최고의 영광과 행운을 누린 왕족들의 무덤이 아닌가? 그들의 무덤이 비록 능이라고 하여 크게 짓고 부장품이 많이 달렸지만, 죽으면 역시 한 줌 흙이 되었으니 그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으랴!

 

陵은 ‘큰 언덕 능, 무덩 능’이라고 한다. 오른 편의 阝는 阜(언덕 부)라고 하며, 왼 편의 글자가 ‘높을 릉’이다. 土가 높이 싸여 있는 모양을 본뜬 것이기에 ‘큰 언덕’이나 ‘높은 모양’을 가리키는 것으로 인식하게 됐으며, 능가하다, 넘다, 오르다, 깔보다 등의 뜻으로도 쓰인다. 陵駕(남을 억누르고 그 위에 오름), 陵谷(구릉과 계곡), 陵辱(깔보고 창피를 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