丹楓
요즘 단풍이 만발했다. 행락(行樂)객의 발걸음을 산으로 끌어들인다. 온통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장관(壯觀)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나게 한다. 사실 단풍은 알고 보면 애틋한 사연의 소산이다. 나무가 가을이 되면 더 이상 영양분을 공급받기 힘들어진다. 나무가 받는 영양분은 물과 태양이 주공급원이다. 그런데 태양의 일조량도 줄어들고, 강우량도 줄어들게 되니 불가불 살아가는 데에 필수적인 것을 제외하고서는 일체 영양분을 공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잎이나 꽃, 줄기, 가지 등, 외부에 나와 있는 식구들에게는 영양분을 차단한다. 그렇게 해서 잎사귀들은 점차 퇴색하게 마련이다.
퇴색이란 말은 ‘색이 물러가다’는 말이니, 이는 곧 본래 자신이 온 ‘공(空)’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인간은 본래 유전자라는 염색체를 통해서 나온 존재가 아닌가? 색을 좋아하고, 색을 쓰면서 태어난 인간이나 나뭇잎이나 모두 공으로 돌아가니 공수래공수거가 아닌가?
단풍은 ‘붉게 물든 단풍나무’라는 뜻이다. 丹은 ‘붉을 단’인데, 본래 井과 그 한 가운데에 丶을 찍은 글자였다. 井은 ‘우물 정’이라고 알려진 글자인데, 광산에서 채석을 하기 위해 파 놓은 굴의 형상을 가리키고, 그 속에서 반짝이는 붉은 보석을 가리키는 丶를 덧붙여 ‘붉을 단’이라고 하였다. 一片丹心이라고 할 적에도 丹을 쓰며, 丹田호흡에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