立冬
어제가 입동이었다. 앞으로 보름 후면 소설이요 한 달 후면 대설이고, 35일 후면 동지다. 1년을 24등분하여 24절기를 만들었는데, 1년을 하루로 치면 동지는 밤 12시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입동은 밤 9시가 된다. 오전 9시는 입하(立夏)요, 오전 3시는 입춘이요, 오후 3시는 입추이고, 오전 6시는 춘분이고, 오후 6시는 추분이다.
이런 시각으로 하루를 계산하면 여러모로 편리할 때가 많다. 입춘(立春)이면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처럼, 오전 3시에는 새로운 날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오후 3시 입추가 되면 서서히 하루를 마감할 준비를 하게 마련이다. 추분에 날씨가 서늘한 것처럼, 저녁 6시 정도이면 서늘한 기운이 온 누리를 적시고, 입동이면 겨울 준비를 하는 것처럼 밤9시 정도에는 취침 준비를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이런 관념이 없다 보니 밤늦게 술을 마시고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룬다. 될 수 있으면 소설(밤10시), 대설(밤11시) 정도가 되면 아무 것도 먹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한 겨울에는 씨앗을 심는 게 아니며, 대부분 감무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조용하게 오장육부를 휴식하게 하는 게 가장 좋은 건강법이다. 그래서 사람은 밤에는 잠을 자야 한다. 자연의 순리대로 살면 병이 없건만, 미련한 인생들이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자신의 얄팍한 지식이나 욕망, 감정에 따라 멋대로 살기 때문에 온갖 질병이 난무한다.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자연은 영원한 인간의 부모가 아니던가? 부모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자가 효자, 효녀다.
立冬을 入冬으로 쓰는 걸 심심치 않게 보는데, 그걸 틀렸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立冬으로 쓰는 것이 전통이다. 入冬은 ‘겨울로 들어서다’는 말이요, 立冬은 ‘겨울이 서다’는 뜻이니, 그 의미는 동일하다. 入은 ‘들 입’이라고 하는데, 하나의 줄기 밑에 있는 뿌리가 갈라져 땅속으로 뻗어 들어가는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다. 立은 사람이 팔을 크게 벌리고 선 大와 밑의 땅을 가리키는 一이 합하였으니, 이는 곧 땅 위에 서 있는 사람을 본뜬 것이므로 ‘설 립’이라고 하였다. 冬은 본래 終(끝 종)과 冫(얼음 빙)을 한데 합한 글자를 간략하게 줄인 것이므로 얼음이 얼어붙는 마지막 계절을 가리킨다. 또한 夂(뒤져올 치)와 冫을 합한 문자라고도 할 수 있으니 이 역시 같은 의미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入冬이 아닌 立冬이라고 표기하였으니, 그 까닭은 入冬은 단순한 자연의 현상을 가리킨 것에 지나지 않지만, 立冬은 무지를 깨우치려는 선조들의 지혜와 슬기가 들어 있다. 왜냐하면 사람이 팔을 벌리고 서 있는 一(대지)는 곧 一太極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입동은 가을걷이가 끝난 시점이다. 수확은 생명의 정기를 거두고 저장하는 일을 가리키니, 생명의 정기를 가리켜 태극이라고 한다. 그래서 12지지에서는 입동의 시점을 가리켜 戌(술)과 亥(해)의 사이라고 한다. 戌은 戊에 一을 넣은 글씨인데, 戊는 土를 가리킨다. 즉 흙속에 생명의 정기인 1태극을 간직하여 다음 해에 소생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 상징이 바로 戌이다. 이를 가리켜 6기학에서는 辰戌太陽寒水라고 하였다. 立冬에는 이런 깨달음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