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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 精山 2011. 12. 22. 07:39

占(차지할 점)

 

占이라고 하면 대개 무당이나 복술가에게 점치는 걸 연상한다. 이 글자는 거북(口)의 등껍질(龜甲 : 귀갑)을 태워 거기에 나타나는 금(卜)을 보고 앞일에 대한 길흉을 묻는 데서 ‘점치다’라는 뜻으로 사용한다. 이때의 거북은 하(夏)나라를 세운 우임금이 황하에서 홍수를 다스릴 적에 낙서(洛書)를 등에 지고 나온 신령한 하늘의 전령을 가리킨다. 물질문명, 상극문명의 상징을 가리켜 낙서라고 하는데, 점술가들이 현재 사용하는 것은 모두가 낙서에 근거한 것이다.

 

지금도 집을 짓고 상량식(上樑式)을 하는 풍속이 남아 있다. 상량식은 집을 지을 때 기둥을 세우고 보를 얹은 다음 마룻대를 올리는 의식이다. 마룻대는 건물의 중심이며 가장 중요한 부분이므로 재목도 가장 좋은 것을 사용한다. 또 마룻대를 올릴 때는 떡·술·돼지머리·북어·백지 등을 마련하여 주인·목수·토역꾼 등이 새로 짓는 건물에 재난이 없도록 지신(地神)과 택신(宅神)에게 제사지내고, 상량문을 써서 올려놓은 다음 모두 모여 축연을 베푼다. 상량문은 머리에 '용(龍)'자, 밑에는 '귀(龜)'자를 쓰고, 가운데 모년 모월 모일 입주상량(立柱上樑)이라 쓴 다음 밑에 2줄로 '응천상지오광(應天上之五光 : ) 비지상지오복(備地上之五福)' 등 축원의 글귀를 쓴다. 그것은 ‘이제 집을 다 짓고 대들보를 세우니 하늘의 5光이 응하고, 땅에서는 5福이 갖추어지게 하소서’라는 뜻이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5라는 숫자를 특히 좋아하였으니, 그것은 우주만물의 기본적인 요소가 바로 5행이기 때문이었다.

 

占이라는 글자 밑의 口는 거북을 가리킨 것인데, 거북은 땅을 상징하며, 땅은 곧 ⃞(方)을 가리킨다. 이에 비해 하늘은 예부터 ◯(圓)으로 표시했다. ⃞을 거북이라고 한 것은, 거북이 납작 엎드린 모습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사실, ⃞은 1, 2, 3, 4라는 네 개의 生數가 각기 4방으로 흩어진 상태를 가리킨 것이며, ◯은 네 개의 생수를 전부 합한 十이다. 하늘은 동서남북 4방에 있는 땅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전부 내포(內包)하였다는 걸 일러주는 수가 바로 십十이다. ⃞의 위에 있는 卜(점 복)은 점을 친다는 의미다.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 준丨(세울 곤, 뚫을 곤)에 한 개의 점(丶)이 붙어 있는 형국이니, 이는 곧 하늘이 세상에 내려 준 상(象)을 통해서 점을 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