數(셀 수)
세상은 數(수)로 이루어졌다. 수가 없으면 얼마나 불편할까? 당장 물건을 사고 팔 적에도 수가 없으면 불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시간도 역시 수로 되어 있고, 공간도 4방, 5방, 6합이라는 등, 수로 나타낸다. 그러기에 ‘한 수만 높아도 高手(고수)요, 上手(상수)다’는 말이 나왔다.
數라는 글자는 婁(별 이름 루, 드문드문 루)와 攵(攴 칠 복)을 합한 글자다. 婁는 日과 두 손을 모은 상태와 女가 합한 글자이니, 두 손을 모아서 태양을 향하여 간절하게 비는 女의 모습을 가리키니, 여기에서 나온 것이 두 손을 모은 것처럼 무언가 겹쳐진 상태를 나타낸다. 나무를 겹쳐서 만든 다락을 樓라고 하는 건 이와 같은 연유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우주에는 여러 가지 삼라만상이 겹치면서 거대한 樓閣(누각)을 형성한다. 그것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두들기면서 세어 나가는 것을 數(셀 수)라고 한다.
數와 연관된 글자는 무수히 많다. 수효(數爻), 수량(數量), 수식(數式), 수치(數値), 삭삭(數數) 등이 그것이다. 수효를 사전에서 찾으면 ‘낱낱의 수’라고 풀이하였다. 爻에 대한 것은 이미 앞서 언급하였다. 쉽게 말하자면 상하, 전후, 좌우라는 육합(六合 : 허공)에 들어 있는 만물을 세는 것을 가리켜 ‘수효‘라고 한다. 수량은 ’한 무리의 단위를 가리키는 것‘이다. 量은 日과 重(무거울 중)을 합한 글자이니, 태양의 빛이 쌓인 무게를 가리킨다. 重은 壬(클 임)과 東(동녘 동)이 합한 글자다. 동방은 본래 밝은 곳인데, 거듭하여 밝음이 더 하니 ’거듭 중, 무거울 중‘이라고 한다. 따라서 수량은 사물 속에 들어 있는 밝음을 센다는 말이니, 이는 곧 사물을 통해서 깨달은 이치의 양을 가리킨다.
數式은 ‘수 또는 양을 나타내는 숫자나 문자를 계산 기호로 연결한 식’이다. 이때의 式은 ‘법 식’이다. 工(장인 공)은 위, 아래를 먹줄(丨)로 연결한 모습을 가리키는 회의문자로서 그 자체가 부수다. 工과 弋(주살 익)을 합하여 式이 생겼으니, ‘식’이라는 발음은 ‘익’에서 왔으므로 形聲문자다. 어느 사물이건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힘으로 만들어지는 법이므로 工과 弋을 합하여 式이라고 하였다. ‘식’을 세게 발음하면 ‘씩’이 되는데, ‘씩씩하다’는 말은 이런 맥락과 연결되었다고 할 수 있다.
수치(數値 : 계산하여 얻은 수)의 치(値 값 치)는 人과 直과 합한 글자다. 直은 十, 目과 ∟(숨길 은)을 합한 會意문자다. 十目, 즉 열 개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아무리 숨기고 싶어도 곧바로 드러나므로 ‘곧을 직, 바를 직’이라고 하였다. 거기에 人이 붙으면, ‘사람이 곧게 하다, 사람이 바르게 하다’는 뜻이 되는데, 그것은 사람이 제대로 셈을 하여 값을 먹여야 가능한 일이다.
또한, 數는 ‘삭’이라는 발음으로 쓰기도 하는데, 이때의 ‘삭’은 ‘자주 삭’이다. 속에 열이 있는 사람은 맥이 빨리 뛰는데, 이때의 맥을 가리켜 ‘삭맥(數脈)’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