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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名)

영부, 精山 2012. 1. 9. 06:37

명(名)

 

사람은 누구나 이름이 있다. 이름이란 말은 ‘이르다’에서 왔다. 무엇을 가리키는 지시대명사가 ‘이르다’이다. 즉, 이름이란 말은 무엇을 가리켜 그에 대한 설명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사람 이외에도 천지에는 무수한 생명체가 있으나 유일하게 모든 종족이 다 이름을 지니는 것은 인간뿐이다. 소가 아무리 많아도 인간처럼 필수적으로 이름이 있는 건 아니다. 그 무수한 물고기에 일일이 이름을 붙일 수는 없다. 그것이 인간과 다른 생명의 차이다.

 

이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았다. 이름을 붙인다 함은, 그것이 다른 무엇과 구별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경에도 하나님이 생물을 다 만들어 놓고, 아담에게 이끌어 주었으며, 아담은 그 모든 생물에게 이름을 지었다고 하였다. 실제로 아담이 생물의 이름을 다 지었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다만, 아담의 의식에서 그 모든 생물들이 살아났다는 걸 상징한 것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고 하여도 그 가치를 모르고 무심하게 지나친다면 이름을 붙여줄 필요나 이유는 없다. 어느 날, 문득 그 가치를 알게 되면 그것을 기리고 남기기 위한 방편에서 이름을 붙이게 되어 있다. 그러기 때문에 이름은 매우 소중한 것이다. 어떤 이름을 붙이느냐에 따라서 그 가치와 운명도 결정된다. 예를 들면 대궐 같은 집이라도 ‘변소(便所)’라는 문패를 걸어 놓는다면 어찌 될까? 그런 맥락에서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 말도 나왔다. 그만큼 사람은 자신의 이름에 대한 자부심을 지녀야 한다.

 

이름을 가리키는 한자는 名이다. 夕(저녁 석)과 口를 합한 글자인데, 해가 지고 나면 어두워서 얼굴을 제대로 분간하기 어려우므로 입(口)으로 그 이름을 부른다고 하여 생긴 글자다. 이는 곧 이름의 가치는 낮이 아닌 밤, 밝음이 아닌 어두움에서 잘 드러난다는 말씀이다.

 

그건 무슨 의미일까? 본래 사람이 편안하거나 잘 나갈 때보다, 불행해 지거나 고통에 직면할 적에 진실을 찾게 마련이다. 어두운 세상일수록 사람들은 성인의 말씀을 찾게 마련이요, 고난에 빠질수록 진정한 가치를 찾게 마련이다. 그것이 바로 이름의 가치다. 자신의 이름에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 헛된 삶을 살았다는 반증이다. 든 자리보다 난 자리가 더 커 보인다고 한다. 없으면 그 자리가 커 보이는 사람! 그런 이름의 소유자! 그것이 가치 있는 삶을 누린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