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十 열 십(指事) 部
숫자는 1에서 10까지 열 개가 있는데, 그중에서 부수로 정해진 것은 一, 二, 八, 十 네 개다. 그중에서도 十은 동서(一)와 남북(丨), 혹은 춘하(丨), 추동(一)이라는 공간과 시간의 종합을 의미한다. 이처럼 우주와 인생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가 온전히 갖추어진 수라고 하여 ‘완전 십’이라고도 한다. 十을 ‘拾‘이라고도 쓰는데, 手(扌와 동일)와 合(합할 합)을 합친 글자다. 合은 입(口)을 亼(삼합 집, 모을 집)한 상태를 가리키는 글자이니, 이는 곧 천지인 3신이 한데 합한 셈이다. 즉, 十이나 拾은 천지인 3신이 한데 모인 상태를 가리키는 숫자인데, 0이라는 무형(무극)과 1이라는 유형(태극)과 이 둘이 합하여 탄생한 10이라는 유, 무형의 합까지 합한 ’셋‘이다. 계명 중에서도 온전한 계명을 십계(十戒)라 하고, 불교에서는 미계(迷界 : 地獄, 餓鬼, 畜生, 修羅, 人間, 天上의 6계)와 오계(悟界 : 聲聞, 緣覺, 菩薩, 佛의 4계)를 합한 십법계(十法界)가 있다고 하며, 풍수가들은 기근이나 병화(兵火)가 없는 이상적인 십승지(十勝地)를 찾으라고 하며, 신선이 산다고 하는 열 개의 섬을 十州라 하며, 인체에는 십지(十指)가 있다. 十을 부수로 삼는 한자는 卄, 千, 卅, 升, 午, 半, 卍, 卉, 卑, 卒, 卓, 協, 南, 博 등이 있다.
十을 두 개 합하면 卄이 되는데, ’스물 입‘이라고 읽는다. 또한, 十위에 丿을 더하여 ’일천 천‘이라고도 하는데, 완전한 十이 크게 움직여 비치면 100배로 온전해 진다고 본 것이다. 千은 본래 人과 一을 더한 글자인데, 후일 十을 부수로 삼았다. 卅은 十을 세 개 합한 상태인데 ’서른 삽‘이라고 읽는다.
升(되 승)은 솥에 음식물을 안쳐 놓은 상태를 나타내는 글자였다. 음식물을 안친다 함은, 곧 곡식의 분량을 헤아리는 그릇을 가리키므로 ‘되’라고 하였다. 우리말에 ‘되다, 못되다’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한 되 들이 그릇을 채우느냐, 못 채우느냐라는 말과 상통한다. 되를 적당히 채우면 ‘된 사람’이라고 하며, 된 사람은 곧 하늘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므로 ‘오르다’는 의미로도 사용한다. 승감(升鑑 : 편지 겉봉에 받는 사람의 이름 아래에 쓰는 용어인데, ‘드리니 보아 주십시오’라는 뜻이다), 승당입실(升堂入室 : 먼저 마루에 오른 후에 방으로 들어 감, 즉 학문의 나아가는 순서), 승하(升遐 : 하늘로 올라감, 임금이 세상을 떠남), 승화(昇華 ; 영예로운 지위에 오름)
午(낮 오)는 본래 절굿공이를 본든 상형문자다. 절굿공이는 절구에 들어 있는 온갖 곡물을 다 부수는 역할을 한다. 이는 곧 모든 물질을 다 부수어서 속에 있는 은밀한 것까지 다 드러낸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午는 가장 밝은 한 낮을 가리킨다고 본 것이다. 人이 十위에 있는 모양이 午라고도 볼 수 있으니, 이는 곧 사람이 十의 경지에 도달한 상태를 의미한다. 점심때 먹는 식사를 가리켜 오찬(午餐)이라 하며, 양기가 극성한 때를 가리켜 단오(端午)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