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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방각 3

영부, 精山 2012. 4. 16. 07:32

자녀가 클 때까지는 부모의 책임이기에 오냐 오냐 하면서 사랑으로 양육하는 게 부모다. 하지만 그 시절에도 무조건 베푸는 것은 아니다. 자녀가 원하는 대로 모든 맡길 수는 없다. 왜냐하면 아직 미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에게는 모든 사물을 적절하게 판단하는 지혜와 용기, 힘이 필요하다. 사랑이라고 해서 무조건 자녀들이 원하는 대로 다 해준다면 크게 잘못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므로 부모에게는 사랑과 더불어 지혜와 힘이 필요하다. 이를 가리켜 ‘지덕체(智德體)’라 한다. 하늘도 마찬가지로 지덕체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온전한 사랑이라고 한다.

 

하늘의 사랑은 인간에게서는 덕(德)으로 드러나며, 하늘의 말씀은 인간의 지(智)라고 하며, 하늘의 힘은 인간의 기(氣)를 통해 드러난다. 이처럼 사랑을 가리키는 덕은 지(智)와 체(體)를 겸비해야 한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따라서 하늘의 사랑은 지와 체를 겸비하기 위한 조건 속에서 베풀어진다는 걸 알게 된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 이치이니, 자식에게 지혜와 힘도 함께 지닐 수 있도록 베푸는 것이 사랑이다.

 

인간이 농사를 짓는 것처럼 하늘도 천농(天農)을 짓는다. 인간이 농사를 짓는 목적은 알곡을 수확하기 위함인 것처럼, 천농도 역시 알곡을 얻기 위함이다. 즉, 하늘은 무조건 사랑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알곡을 수확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 하늘이 바라는 알곡은 무엇일까? 그것이 바로 방금 전에 언급한 지혜와 사랑, 힘을 겸비한 인간이다. 인간의 부모도 마찬가지로 자식 농사를 짓는 목적이라면 그 자식이 지혜와 사랑, 힘을 겸비한 온전한 사람이 되는 일이다. 이처럼 사랑에는 반드시 지덕체를 겸비한 인간의 완성과 출현에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런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하늘은 비를 내리고, 바람을 불게하며, 천둥과 번개를 치기도 한다. 인간의 부모도 이런 목적을 위해 역시 칭찬과 꾸중, 희생과 봉사, 번민과 연민 등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 자식을 키운다.

 

이번에는 땅이 방형(方形)을 이루는 것에 대한 고찰을 해보자. 현대인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다 안다. 그러기 때문에 천원지방(天圓地方 ;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가 남)이라고 하면 ‘그런 건 옛날 미개한 시대에 배를 타고 멀리 가다 보면 땅이 모가 났기 때문에 깊은 낭떠러지로 떨어진다’고 믿던 시절의 일이라고 일소(一笑)에 부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그건 서양 사람들이 그랬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동양인들의 사고방식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황제내경을 보면 황제와 기백이라는 스승 사이의 문답이 나오는데, 그때 황제가 묻기를 ‘선생이시여, 지구는 왜 공간에 매달려서 위로도 올라가지 못하고 아래로도 추락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하는데, 이에 대해 기백은 ‘대기가 커다란 공을 휘감듯이 감고 있어 일정한 곳에 머무른다’는 대답을 한 것으로 알 수 있다. 이미 그 때에 벌써 지(地)는 구(球 : 공 구)로 알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