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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五와 十 : 2

영부, 精山 2012. 4. 26. 07:59

 

중심에 있는 土라는 글자를 보면 十과 一의 합이다. 자전을 보면 밑의 一은 대지를 가리키고, 위의 十은 흙이 서로 어울려 높이 솟은 봉우리의 모양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이 둘을 합한 土는 대지 위에 봉긋하게 솟은 흙더미를 가리킨다고 하여 ‘흙 토’라고 한다는 설명이다. 그것은 지극히 형상적인 면으로 본 것이요, 그 이면에 있는 뜻을 찾는다면 一은 태극이요, 十은 무극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土는 결국 무극과 태극의 합이라는 뜻이라고 보는 게 더 깊은 뜻이 있다.

 

이것은 四覽하는 중심의 주인공은 무극과 태극의 합일체라는 사실을 일러준다. 즉, ‘나’의 정체는 바로 무극과 태극의 합일체라는 말인데, 예로부터 이런 상태를 가리켜 황극(皇極)이라고 한다. 이것을 이루기 위하여 천지는 그간 무수한 노력과 정성을 다 하였으며, 인류도 역시 그 기나긴 인고의 세월을 지내온 것이다. 무극과 태극, 황극이라는 용어는 매우 생소(生疎)할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터에 이런 용어를 접하면 아예 골치 아프다고 멀리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복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보물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어서 누구에게나 잘 보인다면 어찌 될까? 도둑에게도 잘 보이고, 사기꾼에게도 잘 보이며, 힘센 자에게도 잘 보인다면, 아마 힘세고 수단과 방법이 좋은 자들의 차지가 될 것이 아닌가? 하늘은 그렇게 멍청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는다. 일심(一心)으로 정성과 노력을 다 하는 자에게만 그 신비의 베일을 벗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十무극과 一태극을 합하면 두 가지의 글자가 생기는데, 하나는 土(흙 토)가 되고 다른 하나는 士(선비 사)가 된다. 둘의 차이는 一이 크냐, 아니면 十이 크냐 하는 데에 있다. 밑에 있는 一이 크면 土가 되고, 작으면 士가 된다. 여기서의 一은 홀로 있는 상태요, 十은 둘이 하나 된 상태라고 본다. 둘이 하나 되지 못하면 그냥 ‘흙’에 지나지 않지만, 둘이 하나 되면 ‘선비’처럼 높은 식견과 덕을 지닌 존재가 된다.

 

나에게는 두 가지의 몸, 즉 보이는 몸과 보이지 않는 몸이 있는데, 보이는 몸은 육신(肉身)이라 하지만 안 보이는 몸은 법신(法身)이라 한다. 성경에도 이르기를 ‘겉 사람은 날로 후패(朽敗 : 썩어서 없어짐)하지만, 속사람은 날로 새롭다’고 하였으니 속사람이 바로 법신이다. 그것을 영체(靈體)라고도 표현한다. 일반적으로 영이라고 하면 아무런 형상이 없는 걸로 안다. 물론 그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육신은 한정적이지만 영체는 영원한 생명이 있다. 영원한 생명이 있다면 당연히 살과 뼈도 있게 마련이다. 다만 육신의 살과 뼈처럼 형상이 있는 게 아니라 무형적인 것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육신은 이런 법신을 이루기 위한 필연적인 것이기 때문에 사람은 육신을 뒤집어쓰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육신을 지니고 있을 적에 부지런히 자신을 알고 그 속에 들어 있는 법신으로 화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일체의 생노병사에서 벗어난 대자유를 누리게 된다. 나누면 억 천만 개의 몸이요, 모으면 하나의 몸이 바로 법신이다. 하도의 중심 중의 중심에 있는 흰 점 하나가 바로 태극이요, 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