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에는 土의 기능만 있는 게 아니다. 1은 태극이요, 10은 무극이라고 한다면 5는 황극(皇極)이라고 한다. 즉 5에는 황극의 기능도 있다. 5토의 기능은 주로 유형적인 사물의 변화를 매개하는 수단이요, 5황극의 기능은 5토의 기능은 물론 그걸 뛰어 넘은 인간의 심성까지 매개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5토 보다는 5황극의 기능이 본래 하도를 통해서 도모하고자 했던 5의 기능이요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역학을 꽤나 공부했다고 하는 학자들조차도 5토의 기능과 5황극의 기능을 혼동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는데, 그것은 土와 士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土에 밝으면 물리학자가 되며, 士에 밝으면 도덕군자가 된다. 이 두 가지에 능통하면 신인(神人)이 되는데, 이를 가리켜 우리 조상들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고 했다.
5황극은 어떤 것일까? 앞에서 이미 ‘무극과 태극의 합일이 황극이다’는 정의를 내린 바 있다. 이는 곧 10과 1을 합한 11이 황극이라는 말이다. 이를 달리 말하면 음(0)과 양(1)을 합하여 10을 하면 자녀(1)가 탄생하는데, 이 모두를 합하면 11이 된다고 보면 된다. 자녀는 부모의 합일이니 음도 아니요, 양도 아닌 동시에 또한 음과 양을 모두 다 지니고 있는 독특한 존재다. 이처럼 음과 양을 모두 지니고 있기에 음양을 모두 다스릴 수 있는 능력자, 즉 황제와 같다고 하여 皇極이라고 하였다. 아버지, 어머니, 자녀 셋이 하나로 합하였기에 皇에는 셋을 하나로 꿰뚫은 王과 온전한 빛의 총체인 白을 합한 문자로 나타난다.
1에서 9까지의 합은 45이지만, 1에서 10까지의 합은 55다. 즉 5토의 합은 45이지만, 5황극의 합은 55가 된다. 55를 가리켜 대정수(大定數)라고 하는 바, 천지인 3신이 본래 이루고자 크게 정해 놓은 수라는 의미다. 55라는 숫자가 3 × 18 = 54 + 1(천원수)라는 사실을 이를 잘 설명해주는 셈인데, 아마 처음 대하는 분들은 난해한 감이 들 것이다. 하지만, 변화는 반드시 9수로 끝나며, 변화는 반드시 음양으로 이루어지는 법이므로 2 × 9 = 18이란 숫자로 드러나며, 그것이 천지인 3계로 벌어진 것이 54라는 생각을 한다면 무언가 짚이는 것이 있을 것이다. 천원수는 하도 중심에 있는 기본 태극을 가리키는 것인데, 그것은 천지인 3대 축이 한데 모인 상태다.
여하튼 대정수는 55요, 그것은 10과 1을 합한 황극 11이 5가 모인 셈이다. 즉, 4방과 중심이 모두 다섯 개의 11황극으로 되었으니 ‘5황극’이라는 용어가 나왔다. 5土가 음양의 변화나 생성의 변화를 주도한다면, 5황극은 이처럼 음양은 물론이요, 음양이 합하여 생긴 새로운 一까지 합한 상태다. 비유하자면 가정에서 남편과 아내가 한 몸을 이루면 5토가 되고, 거기서 자녀가 생기면 셋이 하나 된 상태인데 이를 가리켜 황극이라고 한다.
셋이 하나 된 증거를 하도에서 찾는다면 중심의 흑점 5 두 무리와 백점 5 한 무리가 합한 15다.
1단 ●●●●● ◯ 2단 ◯◯◯ ◯ 3단 ●●●●● |
역학에서는 예로부터 ‘十五眞主’라는 용어가 있는데, 이는 하도의 중심에 있는 세 개의 5가 모든 것이 진짜 주인공이라는 말이다. 이 세 주인공을 다른 말로 ‘삼신(三神)’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