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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천간 - 7

영부, 精山 2012. 5. 22. 08:17

여기서 四와 六에 대한 개념을 일목요연하게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4는 모든 물체의 평면을 나타내는데 반해, 6은 그것이 입체로 나타난 상태다. 즉, 4는 평면의 기본적인 물상이라면, 6은 입체의 기본적인 물상이다. 그러기 때문에 입체적인 사물은 반드시 6면 × 4상 = 24상을 갖추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24절기를 지닌 1년은 평면이 아니라 입체라는 말이 되며, 24척추 뼈가 있는 인체도 역시 평면이 아닌 입체로 이루어졌다는 말이 된다.

 

물론 24는 12가 음양으로 벌어진 셈이므로 12지지와 같은 맥락이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10천간은 사물을 평면적인 면으로 본 것이요, 12지지는 입체적인 면에서 본 것이다. 즉, 사물에 들어 있는 기본적인 요소는 5행(천간) 속에 들어 있으며, 그것이 전체(입체)적인 면으로 드러나는 것은 6기(12지지)를 통해서다. 따라서 천간은 한 점(공간)을 가리킨 것이요, 지지는 그 점이 확산하고 수렴하는 과정(시간)을 가리킨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천간과 지지를 공부한다면 ‘나를 찾는 일’이 훨씬 더 탄력을 받을 것이다. 정육면체의 대표를 들라고 하면 주사위다. 그리고 그런 주사위가 여덟 개 모인 것이 바로 지구이며 인체의 몸통이다. 앞서 갈라 본 수박과 같은 구(球)는 하늘이요, 인체로 치면 머리통에 해당한다. 구에서는 찾기 힘들었던 정육면체의 사각형을 방(方)에서 볼 수 있으니, 이는 곧 땅에 있는 모든 물상은 육면에 있는 4각형, 즉 6기로 채워진 4상을 통해서 찾는 게 현명하다는 뜻이다.

 

수박이나 주사위를 가른 무형의 十字가 5행인데, 그것은 음양의 합일이고, 본래 5행을 이루는 음양은 무형이므로 10천간이라 한다면, 十字가 분포한 상하, 전후, 좌우 6방은 6기가 충만한 상태인데 그것이 음양으로 벌어져 12지지라고 하게 된 것이다. 그것을 시공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천간은 불변하는 공간(방위)을 가리킨 것이며, 지지는 항상 변동하는 시간을 가리킨 것이다. 그러므로 방위는 十方이라 하고, 시간은 十二時라 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5는 불변의 상징이요, 6은 항변(恒變)의 상징이다.

 

이런 원리를 모르면 5장6부를 ‘6장6부’라고 부르는 웃지 못 할 과오(過誤)를 범하기 십상이다. 옛 어른들이 삼초와 심포를 몰라서 ‘5장6부’라고 한 것이 아닌데도, 요즘 ‘6장6부’라고 표현하는 단체나 학자들이 심심찮게 나오는 걸 볼 수 있으니, 이는 곧 기초적인 깨달음이 결여(缺如)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