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5장과 6부
우주를 축약(縮約)한 것이 인체라면 우주의 5행과 6기도 역시 인체 속에 들어 있게 마련이다. 나를 찾는 방편 중에서도 이는 매우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얼굴에는 5관과 6식이 있고, 복부에는 5장과 6부가 있는 것이 그걸 가리키는 것이라면, 이에 대한 고찰을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5장과 6부는 간단히 ‘장부(臟腑)’라고 부르는데, 서양에서는 5와 6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에 장부에 대한 개념도 없다. 하지만 동양에서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있었으니, 이 또한 현무경에 말한 기서재동(其瑞在東)을 생각하게 한다.
5장이나 6부는 다 같이 목화토금수라는 5행을 바탕으로 한 것인데, 하늘의 5행이 땅에 드러나는 과정에서 하늘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기운이 발생하기 때문에 땅에서는 5행이 아니라 6기라고 하게 된 것이다. 즉, 본래 허공인 하늘에서는 기본적인 5행만 있었지만, 그것이 땅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마찰이나 부딪침이 있게 마련인데, 그것은 火의 성질로 드러난다.
5행 속의 火는 본래 있던 것이므로 君火라 하고, 땅과 접촉하면서 발생하는 火는 상대적인 것이므로 相火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래서 땅에서는 木火土火金水라는 6기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 6기는 그 뿌리는 5행에서 나왔지만 엄연히 다른 양태로 나타나는 것이므로 木을 風氣라 하고, 火를 君火와 相火로 구분하며, 土를 濕氣라 하고, 金을 燥氣라 하며, 水를 寒氣라고 한다.
즉, 木火土金水 5행이라는 體를 바탕으로 삼고, 風寒暑濕燥火라는 6기가 用을 하게 된 것이라고 본 것이 5행과 6기의 기본개념이다. 이때의 暑는 相火를 가리키고, 火는 君火를 가리킨다.
體는 불변하는 것이요, 用은 항상 변하는 것이므로 인체에서 물질적인 형상은 5행의 속성을 가리키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무형적인 속성은 6기의 속성을 가리킨다. 예를 들면, 눈에 보이는 간(肝)은 木이라 하는데 비해, 간의 기운은 風氣라고 한다. 이 두 가지를 다 합하여 ‘족궐음간(足厥陰肝)’이라고 한다.
족궐음간이라고 하는 것은, 간은 비록 오른쪽 옆에 붙어 있지만, 발에서부터 그 기운이 시작하기 때문인데, 그것을 음양으로 구분하면 궐음이라고 한다.
5행에서는 음양의 구분을 태양, 태음, 소양, 소음이라는 4상으로 분류하지만, 6기에서는 3음과 3양으로 분류한다. 4상은 4방과 4시를 이루는 體, 즉 정적이며 불변하는 음양의 상태를 가리키지만, 6기는 그것이 상하, 전후, 좌우라는 입체적인 허공으로 펼쳐져 변화하는 음양의 상태를 가리킨다. 변화는 반드시 ‘시 - 중 - 종’이라는 3단으로 벌어지므로 음양을 3음과 3양으로 분류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