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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 얼마나 더럽길래

영부, 精山 2012. 6. 24. 08:12

커피자판기, 얼마나 더러울까?…“헉”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서울에 사는 ㄱ씨(22·여)는 최근 공부하러 도서관에 들렀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도서관 앞 자판기서 뽑은 유자차에 죽어있는 개미 10마리가 둥둥 떠있었다. 화가 난 ㄱ씨는 자판기를 관리하는 매점에 따지러 찾아갔지만 문이 닫힌 상태였다.

ㄱ씨는 이날 자신이 겪은 일을 인터넷 게시판에 소개했다. ㄱ씨는 “자판기가 그리 깨끗하지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모든 자판기가 더러울 것이라 생각하진 않아도, 막상 눈으로 보니 더 이상 자판기를 이용하기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여름이 다가오며 서울시내 음료 자동판매기의 위생상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4월24일부터 5월31일까지 소점포와 길거리 등에 설치된 자판기 5833대를 점검한 결과 전체의 9.5%인 556대가 위생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중 1대꼴이다.

ㄱ씨가 인터넷에 올린 사진.

자판기 위생 문제는 그간 지속적으로 지적돼왔다. 지난해에는 한 TV 고발 프로그램에서 서울 시내 40개 자판기의 내부를 촬영한 영상이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당시 몇몇 자판기의 오수통에는 곰팡이가 피어 썩은 냄새가 진동했으며, 자판기 바닥에는 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 7곳에서는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도 검출됐다.

서울시의 이번 조사에서 내부 위생이 불량한 자판기는 103대였으며, 기준 세균 수를 초과한 것은 11대였다. ‘위생상태 자가 점검표 및 고장시 연락처 등 미표시’ 185대, ‘쓰레기통 미비치’ 117대, ‘무신고 영업’ 23대, ‘차양시설 미설치·변경 신고 미이행’ 등은 117대였다.

자판기 위생 상태는 주로
운영업체의 의식과 상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 관계자는 “전문업체들은 관리자를 따로 임명해 자판기를 관리하는데 영세업자는 그렇지 못하다”며 “자판기에서 오는 수익도 적기 때문에 영세업자들은 굳이 시설에 필요성을 못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자판기 판매 회전율도 위생 상태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시의 최근 조사에서 커피·생강차·코코아·유자차 등은 위생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반면 율무차는 11건에서 세균이 기준치(㎖당 3000 이하)를 최고 120배 초과했다. 율무차가 커피 등에 비해 회전율(선호도)이 낮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요즘에는
원두커피 등을 개인적으로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자판기 사업매출이 전체적으로 줄어들었다”며 “그러다보니 관리가 더 안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TV 고발 프로그램에 소개된 비위생 자판기의 내부 모습. | MBC ‘불만제로’ 캡처



자판기 위생상태는 식약청 위생관리 지침에 따라 주기적으로 점검하도록 돼 있다. 대학 등 다중이용시설에 있는 자판기들은 시에서 상하반기 2차례, 소규모 점포의 경우 자치구에서 연 1차례 이상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점검대상에 비해 감독 인원이 적어 제대로 된 단속은 힘든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위생점검시 자판기만 하는게 아니고 여러 부문을 다 해야 하기에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며 “최근에는 시민으로 이뤄진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을 투입해 이런 문제를 보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래도 점검을 꾸준히
시행하니 자판기 위생상태가 나아지고 있다. 업자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