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자판기, 얼마나 더러울까?…“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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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씨는 이날 자신이 겪은 일을 인터넷 게시판에 소개했다. ㄱ씨는 “자판기가 그리 깨끗하지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모든 자판기가 더러울 것이라 생각하진 않아도, 막상 눈으로 보니 더 이상 자판기를 이용하기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여름이 다가오며 서울시내 음료 자동판매기의 위생상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4월24일부터 5월31일까지 소점포와 길거리 등에 설치된 자판기 5833대를 점검한 결과 전체의 9.5%인 556대가 위생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중 1대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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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씨가 인터넷에 올린 사진.
서울시의 이번 조사에서 내부 위생이 불량한 자판기는 103대였으며, 기준 세균 수를 초과한 것은 11대였다. ‘위생상태 자가 점검표 및 고장시 연락처 등 미표시’ 185대, ‘쓰레기통 미비치’ 117대, ‘무신고 영업’ 23대, ‘차양시설 미설치·변경 신고 미이행’ 등은 117대였다.
자판기 위생 상태는 주로 운영업체의 의식과 상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 관계자는 “전문업체들은 관리자를 따로 임명해 자판기를 관리하는데 영세업자는 그렇지 못하다”며 “자판기에서 오는 수익도 적기 때문에 영세업자들은 굳이 시설에 필요성을 못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자판기 판매 회전율도 위생 상태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시의 최근 조사에서 커피·생강차·코코아·유자차 등은 위생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반면 율무차는 11건에서 세균이 기준치(㎖당 3000 이하)를 최고 120배 초과했다. 율무차가 커피 등에 비해 회전율(선호도)이 낮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요즘에는 원두커피 등을 개인적으로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자판기 사업매출이 전체적으로 줄어들었다”며 “그러다보니 관리가 더 안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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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TV 고발 프로그램에 소개된 비위생 자판기의 내부 모습. | MBC ‘불만제로’ 캡처
자판기 위생상태는 식약청 위생관리 지침에 따라 주기적으로 점검하도록 돼 있다. 대학 등 다중이용시설에 있는 자판기들은 시에서 상하반기 2차례, 소규모 점포의 경우 자치구에서 연 1차례 이상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점검대상에 비해 감독 인원이 적어 제대로 된 단속은 힘든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위생점검시 자판기만 하는게 아니고 여러 부문을 다 해야 하기에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며 “최근에는 시민으로 이뤄진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을 투입해 이런 문제를 보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래도 점검을 꾸준히 시행하니 자판기 위생상태가 나아지고 있다. 업자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