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음을 곡식으로 나타내면 마(麻삼 마, 혹은 보리라고도 함)가 되니, 그 이유는 힘줄처럼 탄력이 있으면서 시원시원한 형상과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삼이기 때문이다. 삼은 바람이 잘 통하니 이는 곧 궐음을 가리킨다.
또한 궐음을 가축으로 말하자면 견(犬)이나 닭이라고 였는데, 개보다는 닭으로 보는게 더 나을 듯싶다. 왜냐하면 개에는 궐음풍보다도 양명조금의 기운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닭에도 물론 양명조금의 기운이 있지만 닭과 오리 등은 날개가 있어 바람을 타는 성질이 있으니 개에 비해서 궐음의 기운이 더 강한 법이다.
가슴이 넓고 발목이 밖으로 튕기면 간이 높이 달리고, 갈빗대가 오므라지고 발목이 토끼처럼 생기면 간이 내려온 것이라고 내경에는 기록을 하였다. 가슴이 넓으면 간이 견고하고, 늑골이 약하면 간도 약한 편이고, 가슴과 등이 알맞게 어울리면 간이단정하고 늑골이 들리면 간도 기울어진 것이다. 간이 작으면 장이 편하며 옆구이에 병이 없고, 간이 크면 위를 핍박하고 인후를 괴롭혀 불안하고 또 옆구리 밑이 살살 아프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다른 것도 마찬가지이지만 간은 적당한 높이와 크기를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
생긴 대로 놀고, 꼴값 떤다는 말은 영원한 철칙이다. 겉으로 드러난 형상은 반드시 내면에 있는 무형의 마음이 나타난 상태다. 따라서 사람은 자신의 형상을 아름답게 가꾸어야 한다. 특히 요즘의 시대는 외모를 중시한 나머지 취직이나 결혼은 물론, 사소한 대인관계에까지 외모에 신경을 쓴다. 비록 그것이 천박한 것이라고 하여도 그런 습속이 유행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내면이 얼마나 아름답고 실속이 있는가 하는 걸 깨달으라는 하늘의 뜻이다.
현대의학에서 보는 간에 대한 정보를 동양적인 관점으로 해석을 해 보자.
* 영양소 저장ㆍ합성기능 *
인간은 생명 유지를 위해서는 하루 24시간 끊임없이 탄수화물, 즉 당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해야 한다. 간은 이런 탄수화물, 특히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탄수화물인 포도당의 혈중 농도를 적절하게 유지해 주는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간은 밥을 먹지 않는 시간에 저장된 탄수화물(글리코겐)을 분해하거나 단백질의 구성물질인 아미노산으로부터 포도당을 새로 만들어 온몸에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연료공장의 역할을 담당한다. 이외에도 간에서만 생성되는 중요한 단백질로 혈액응고인자들이 있는데 출혈이 발생할 때 혈소판과 함께 혈액을 응고시킴으로써 지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밖에도 간은 인체의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대사뿐 아니라 비타민과 무기질 대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간은 이러한 영양소를 저장해 두었다가 음식을 먹지 않았을 때도 온몸에 일정하게 공급해 주는 저장고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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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炭水化物)은 섭취한 음식물이 소화되어서 물로 변한 상태를 가리킨다. 황제내경에서는 이를 가리켜 수곡(水穀)이라 하였다. 탄수(炭水)라는 말 자체가 ‘숯으로 된 물’이니 이는 곧 ‘연로가 되는 물’을 가리킨다. 음식물을 섭취하면 잘게 부수어 물로 만들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따라서 탄수화물은 화력을 강화하는 장작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다. 몸을 난로라고 보면 탄수화물은 장작에 해당한다.
장작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예를 들면 통나무도 있고, 잘게 부순 나무도 있는 것처럼, 탄수화물에도 단당류(포도당, 과당, 갈락토스, 과일과 쥬스 등 물에 잘 녹는 종류가 있는데 세포막을 잘 통과한다.), 이당류(설탕, 젖당, 엿당, 아이스크림처럼 물에는 잘 녹으면서도 세포막을 통과하지는 못한다.), 다당류(셀룰로오스, 녹말, 글리코겐, 야채류, 전분류, 곡식류, 떡, 빵, 고구마, 과자, 감자처럼 물에 녹지도 않고 세포막을 통과하지도 못한다.)가 있다고 한다. 쉽게 말해서 다당류는 덩치가 커서 세포막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므로, 이빨로 천천히 씹어서 잘게 부수어야 한다. 그러기 때문에 식사는 천천히 오래 씹는 게 좋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