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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심장 - 11

영부, 精山 2012. 7. 20. 06:49

 

간은 산소를 공급하는 곳이 아니라 저장하는 곳이다. 산소의 공급은 폐가 한다. 저장은 음의 기능이며, 공급은 양의 기능이다. 그러므로 간과 폐를 놓고 보면 간은 음이요, 폐는 양이다. 폐를 오행학에서 서방에 있으니 음이라고 보는데, 그렇게만 보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기 때문에 복희도에서는 건괘를 가리켜 乾金이라고 하였으니, 금을 순양(純陽)으로 보았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폐를 양으로 보고 간을 음으로 보았다면, 심장은 무엇으로 보아야 할까? 물론 5행에서는 火라고 하였으니 당연히 양이라고 해야 하는데, 육기학에서는 소음군화라는 음으로 보았으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출까? 심장이 하는 주역할은 탁해진 피를 신선한 피로 만들어 공급하는 일인데, 간으로부터 탁해진 피를 공급받아 폐로부터 신선한 산소로 정화시킨 피를 공급한다.

 

폐를 건금(순양)으로 본 것은, 탁해진 피를 정화시키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피가 맑다는 것은, 곧 산소량이 풍부하다는 말인데, 산소는 肝木이 주관한다. 즉, 탁해진 간정맥의 피를 폐동맥을 통해서 金克木한 셈이다. 간에서 탁해진 피는 산소가 부족해진 것이므로 이를 살리려면 탁한 산소를 걸러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금극목이다.

 

그럼, 화극금은 무슨 현상이라고 할 수 있나? 그것은 폐로 들어간 공기는 풍부한 산소가 있긴 하지만 심장의 火氣를 받아야 비로소 왕성한 활동을 하게 마련이다. 화기는 본래 활발한 활동을 상징한다. 공기도 추우면 움츠리고 더우면 움직이는 것이 상식 아닌가? 여름에 태풍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도 실은 기온의 높아지기 때문이다. 사람도 혈압이 높아지면 중풍을 맞기 십상인 것과 같은 이치다.

 

심장도 물론 오장육부에 속한 장기임에는 틀림없으나, 心臟이라고 하는 이름처럼 ‘마음을 담은 그릇’이라는 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마음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무소부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담는 그릇도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심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말에 ‘점심(點心)’이라는 게 있다. 흔히 아침과 저녁 식사의 중간인 식사를 가리키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이 말은 ‘마음에 점을 찍다’는 뜻이다. 心은 중심을 가리키는 것이니, ‘(하루의) 중심에 점을 찍다’는 말이 될 것이다. 그런데 왜 굳이 ‘점을 찍다’고 하였을까? 식사 하는 것을 가리킨다면 아침 식사나, 저녁 식사에도 모두 ‘점‘이라는 용어를 붙여 ’점시(點始)‘, ’점종(點終)‘이라는 말을 만들어야 더 합당한 게 아닌가?

 

點이라는 용어에는 ‘불을 붙이다’는 뜻이 들어 있다. 아침과 저녁 시간대는 불과는 거리가 멀다. 한낮에는 열기가 강하기 때문에 點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점심’이라는 용어에는 한낮의 더운 화기를 상징하고 있으니, 이는 곧 심장에는 화기가 강하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이로써 알 수 있는 것은 모든 사물의 중심에는 화기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12지지의 한 중심에 巳午未가 들어 있는 것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점심은 마음에 불을 붙이는 것이요, 그것은 마음을 밝게 하는 일이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한낮에 불을 붙이기 전에는 마음이 어두운 상태였다는 걸 암시한다. 우리는 매일 점심식사를 하면서 정작 그것이 어두운 마음을 밝히라고 한 조상들의 가르침이 배어 있다는 걸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