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 째 주제인 '일시무시일'과 '일시무시'에 대한 토론은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사실, '일시무시일'에 대해서 이만큼 진지하게 생각을 해 본 '천부경 풀이'를 만나본 적도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는 어느 개인이 연구를 해서 발표를 하고, 그게 옳은지, 그른지 하는 검증도 거치지 않은 채, 각자가 알아서 자신의 멋대로 천부경을 재단하는 것으로 일관했으니까요.
그런 식으로 해서 어느 세월에 천부경이 제 기능과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을까요?
혹 제가 과문(寡聞)해서 그런 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부분 '무시무종, 불생불멸, 부증부감' 등으로 쉽게 생각을 하여 가볍게 넘기고 있더군요. 첫 주제에 대한 정리를 하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정리)
'일시무시일'은 반드시 다섯 자로 읽어야 합니다. 그 이유는 '일시무시' 넉 자는 동서남북이라는 둘레만 있을 뿐, 정작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지요. 4의 중심은 5입니다. 그냥 '일시무시'라는 넉자로 읽으면 '하나에서 나왔지만 시작이 없다'는 말이 됩니다. 하지만 '일시무시일' 다섯 자로 읽으면 '하나로 시작하는데 시작한 하나가 없다'는 말이 됩니다.
둘은 똑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로 시작하는데 시작한 하나가 없다'는 말은 '시작한 주인공(一)이 없다'는 뜻입니다. '시작이 없다'는 것과 '시작한 주인공이 없다'는 말은 분명 차이가 있지요? 그럼, 천부경은 '시작한 주인공이 없다'는 걸 말하려고 했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 다음 문구 '析三極'이 바로 나오기 때문이지요. 하나에서 시작하지만, 그것은 반드시 '삼극(삼신)'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즉, 주인공이 있기는 한데 '하나'가 아니라 '셋이 하나 된 상태'라는 말이지요.
셋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중에 어느 하나(一)를 가리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나요? 그러니 당연하게도 '一始無始一'이라고 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셋이 하나 된 상태는 一로 표기하지 않고, 十으로 표기를 했다는 사실을 천부경과 지부경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일시무시'나 '일종무종'처럼 막연하게 '시종이 없다'는 식이라면, 주인공도 없고, 만물도 없다는 말이 됩니다. 이것은 '일체무일물'과 같은 맥락이겠지요. 본래무일물은 영원한 진리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요? 과연 우주만물을 시작한 주인공이 없을까요? 없다면 우리 모두도 지금 이 자리에 없어야 합니다. 본래무일물은 무형인 하늘을 기준으로 본 것이요, 유형인 땅을 기준으로 보면 本來有一物입니다.
천부경은 사물을 보는 눈을 천지인 3극으로 나누어 보라는 가르침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왜, 하늘만 중시합니까? 땅도 당연히 중시 해야 하며, 그보다 천지를 다 갖춘 인간이 더 위대하지 않나요? 천부경은 이런 깨달음의 시각을 우리에게 전해 주려고 나왔습니다.
천부경은 하늘에서 바라 본 생각을 나타낸 것이죠. 하늘은 一로 이루어졌습니다(天一一). 땅은 二로 이루어졌지요. 그래서 천부경은 一로 시작을 한 것이고, 지부경은 二로 시작을 하였습니다. 지부경은 十으로 시작을 했는데, 갑자기 二로 시작 했다니? 하는 의문이 들겠죠. 十은 一이 積(쌓을 적)한 게 아닌가요?
하늘이 아무리 위대하다고 하여도 一만 가지고서는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반드시 '둘이 한 몸이 되어, 자녀를 낳아 셋이 하나 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걸 가리킨 게 '天二三地二三人二三'입니다. 이런 건 나중의 주제로 제시할 예정입니다.
하늘은 무형의 이치를 전해주고(造化之神), 땅은 하늘의 이치를 그대로 반사하여 무형을 유형적인 형상으로 만들어내며(敎化之神), 인간은 무형과 유형을 적절하게 다스리는(治化之神) 일을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세상의 어느 종교가 이런 일을 했나요? 그것은 모두 자신들이 믿는 하나(一)에만 종속했기 때문입니다. 천부경과 지부경은 바로 이런 경지에 도달하는 원리와 가르침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이치에 의해 一은 무시무종이요, 十은 유시유종이라고 한 겁니다. 천부경은 一이 十으로 화하는 원리와 과정을 가르친 글입니다.
하늘은 땅을 만나야 살고, 땅은 하늘을 만나야 사는 겁니다. 천부경 하나만 가지고 천부경의 온전한 의미를 풀 수 있다고 믿는다면 너무 순진한 발상입니다. 지금까지 천부경이 중구난방으로 혼동을 야기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었지요.
이쯤하고, 다음 두 번 째 주제를 내어 놓겠습니다.
그것은 '一과 十'에 관한 겁니다.
1. 天一은 왜 一이라 하고, 地一은 왜 二가 되며, 人一은 왜 三이라 했을까?
2. 왜 一積을 하면 十鉅가 되며, 그것은 無櫃化三이 되어야 할까?
십거의 鉅는 巨와 어떤 차이가 있으며, 無櫃는 무슨 뜻일까?